“브렉시트, ‘큰손’만 이득…서민 가난해질 것” ‘소로스의 저주’ 현실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4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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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지펀드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86)의 저주가 현실이 됐다. 소로스는 20일 영국 일간 가디언 기고문에서 “브렉시트가 일어나면 영국 파운드화는 지난 1992년 검은 수요일 때의 15%보다 훨씬 더 폭락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는 특히 “(목요일 진행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탈퇴’로 결정되면 다음날 ‘검은 금요일’을 촉발시킬 것이다. 영국이 1992년엔 파운드화 약세로 경제적 이득을 봤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4일 개표 결과가 브렉시트 가결로 기울면서 달러 대비 파운드 가치는 10% 이상 폭락했다. 영국 언론들은 “1992년 ‘검은 수요일’ 당시 파운드의 낙폭은 4.1%에 그쳤다. 이번엔 그 차원을 훌쩍 넘는다”고 보도했다.

소로스는 1992년 영국과 독일이 유럽 내 경제 주도권 싸움을 하면서 통화전쟁을 벌였을 때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한다는 쪽에 100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10억 달러나 되는 막대한 차익을 남겼다. 이 때문에 런던 금융시장이 초토화되면서 소로스에겐 ‘영란은행(영국 중앙은행)을 파산시킨 남자’ ‘검은 수요일의 유발자’라는 악명에 가까운 별명이 붙여졌다.

소로스는 이번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는 가디언 기고문 등을 통해 “이번에도 파운드화 폭락에 투자한 ‘큰손’들은 24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큰 이익을 얻게 되겠지만 대부분의 일반 시민은 가난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많은 영국인이 브렉시트가 자신의 가계 경제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그건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브렉시트에 따른 영국 파운드화 가치 폭락은 영국의 모든 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브렉시트 반대(잔류 지지) 진영에선 “소로스의 저주야말로 영국이 EU를 떠나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선전했다. 이를 두고 영국 언론들은 “소로스가 ‘잔류 지지’ 진영의 최대 후원자로 급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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