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0대 싱글女 “행복주택이 좋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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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불안… 보안시스템 잘 갖춰진 집 인기

서울 송파구 삼전동 ‘송파 삼전지구’ 행복주택 무인택배함에서 입주민이 소포를 찾고 있다. 이 단지는 외부인의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관 도어록과 무인택배시설을 뒀다.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송파구 삼전동 ‘송파 삼전지구’ 행복주택 무인택배함에서 입주민이 소포를 찾고 있다. 이 단지는 외부인의 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관 도어록과 무인택배시설을 뒀다. 국토교통부 제공
대학교 3학년 학생인 서민지 씨(22·여)는 다음 달로 예정된 ‘서울 가좌역지구’ 행복주택의 당첨자 발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서 씨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서울 서대문구의 한 원룸. 서 씨는 매일 밤 가로등 없는 골목길을 10분 이상 걸어서 귀가한다. 외부인이 건물에 드나들어 놀란 적도 있다. 서 씨는 “최근 여성 대상 ‘묻지 마 범죄’들이 잇달아 발생해 불안하다”며 “단지 내에 관리사무소와 경비실이 잘 갖춰진 행복주택에 꼭 당첨돼 내년부터 안전하게 통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인 행복주택 청약자 2명 중 1명꼴로 20대 여성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가 잇따르자 보안시설을 잘 갖춘 도심 공공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을 찾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국토교통부가 가좌역지구 등 올해 입주자를 모집한 행복주택 4개 단지의 청약자 4만4912명의 연령과 성별을 분석한 결과 20대 여성의 비중이 45.8%(2만577명)를 차지했다. 지난해 조사보다 20대 여성의 비율(39.6%)이 6.2%포인트 상승했다. 20대 여성에 이어 20대 남성과 30대 여성이 각각 34.4%, 9.0%로 뒤를 이었다. 국토부가 지난달 시작한 ‘행복주택 입주 문자알림 서비스’ 가입자 3만4000여 명 중 20대 여성은 전체의 30.8%를 차지해 다른 연령대의 여성이나 남성보다 많았다.

국토부는 안전성, 쾌적성을 내세운 공공 임대주택인 행복주택이 주거 서비스의 질과 치안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행복주택 임대료는 서울 외곽의 다세대·다가구주택 정도다. 전용면적 20m²형의 임대료는 보증금 5300여만 원에 월세 7만 원 수준(송파 삼전지구 기준). 빌라에 거주하는 비용으로 강남지역 역세권에서 새 아파트에 버금가는 보안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전국에서 첫 번째로 집들이를 한 행복주택인 ‘송파 삼전지구’(서울 송파구 삼전동) 단지는 요즘 분양하는 새 아파트처럼 ‘전자 도어록’을 통해 1층 현관에서부터 외부인 출입을 차단한다. 비밀번호를 누르거나 입주민과 인터폰 통화를 해야 건물로 들어올 수 있다. 현관 옆에는 가구별 택배함이 있어 배달원을 단지 내로 들이지 않고 소포를 받을 수 있다. 단지 곳곳에 방범용 폐쇄회로(CC)TV 7대가 작동되고 있다. 입주민 김우정 씨(30)는 “경비원이 상주하면서 단지 치안을 점검하고 입주민의 어려움을 해결해줘 전에 살던 관악구 원룸보다 쾌적하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행복주택은 대도시 외곽이나 지하철역에서 먼 곳에 지어지던 기존 공공 임대주택과 달리 오가는 사람이 많은 지하철역 주변 등 도심 역세권에 지어진다. 늦게 귀가하는 직장인이나 밤길이 두려운 여대생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서울 가좌역지구 등 일부 단지는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2분 거리에 들어선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치안 문제에 민감한 여성 1인 가구가 주택시장의 주요 수요층으로 떠올랐다”며 “혼자 사는 젊은 여성들이 원룸, 오피스텔보다 공공기관이 직접 관리하는 임대아파트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젊은 여성들을 ‘핵심 수요층’으로 보고 공공 임대주택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행복주택, 기업형임대주택(뉴스테이) 등 입주민들에게 차별화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공공 임대주택 모델을 선보여 ‘임대주택은 싸고 불편하고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김승범 국토부 행복주택정책과 사무관은 “내년까지 행복주택 15만 채를 차질 없이 공급하고 단지 내 보안체계를 강화해 수준 높은 주거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thousand@donga.com
#행복주택#가좌지구#입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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