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순방 과잉홍보하다 벌어진 우간다 해프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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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군사협력 중단을 밝혔다는 청와대 발표를 우간다 정부 일각에서 부인했다 다시 인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은 29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발표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프로파간다(선전)”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우간다 외교장관이 “유엔 제재에 따라 북한과 협력을 중단한다”고 확인하자 부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회견에선 “외교장관 언급이 정부 공식 발표”라고 번복했다.

현지 언론도 북과의 군사협력 중단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하지만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의 발언이 사실관계를 잘못 파악한 데 따른 단순 착오인지는 분명치 않다. AK소총부터 미사일까지 온통 북한제 일색이고, 북의 군사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우간다가 북과의 오랜 군사 교류와 협력을 하루아침에 단절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오랜 세월 북의 맹방이었던 우간다가 북에 등을 돌리고 우리 손을 잡기로 한 것을 과잉 홍보하려다 박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깎아먹는 ‘진실 게임’ 공방까지 벌어지게 만든 꼴이다.

북의 전통적인 우방 중 미얀마,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등도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김정은의 북에 거리를 두면서 북의 고립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제7차 당 대회가 끝난 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아프리카 적도 기니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쿠바를 각각 방문한 것도 유엔의 대북제재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보인다. 마지막 보루 쿠바마저도 미국과 외교관계를 재수립하면서 대북관계의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굳이 낮춰볼 이유는 없지만 지나치게 의미부여를 할 필요도 없다. 박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진 일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기회를 마다하고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 순방에 나선 것이 과연 현명한 판단이었는지 의문을 갖는 국민이 적지 않다.
#우간다 대통령#번복 해프닝#북한 군사협력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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