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남성 세탁후 하얀 피부로? 中 세제 광고 인종차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30일 2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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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세제업체가 흑인을 하얀 피부의 중국인으로 바꾸는 인종차별적 광고를 3개월가량 내보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30일 중국 B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上海) 레이샹(雷尙) 화장품 유한공사’는 ‘차이비(¤比)’라는 브랜드의 세제를 광고하면서 흑인을 중국인으로 바꾸는 상황을 설정했다.

광고에서 한 흑인 남성이 세제 구슬을 삼킨 후 세탁기에 들어간다. 세탁이 끝난 뒤 한 여성이 세탁기를 열자 하얀 피부를 가진 중국인 남성이 나타난다. 이 여성은 남성을 보고 매우 기뻐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 업체는 광고가 인종차별이라는 지적이 외국 언론을 중심으로 나온 뒤에도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중국인들은 흑인 백인 황인종에 대한 차별이 없다”며 광고를 계속 내보냈다. 3월 중순부터 방송된 이 광고는 중국 웨이보에서 147만 명이 보고, 유투브에서도 692만 명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문판 BBC는 보도했다.

이에 대해 한 누리꾼은 “이같은 악랄한 영업방법은 소비자와 시장을 우롱하는 것이자 국가의 얼굴에도 먹칠을 한 것”이라며 “이 브랜드를 영원히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FT는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중동 등에서 선량한 파트너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중국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노력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난이 커지자 업체는 28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D 성명을 발표해 사과하고 광고 게재도 중단했다. 이 업체는 “우리는 인종차별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비난한다”며 “광고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어떤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프리카인들에게 준 상처에 대해 사과하며 더 이상 언론 매체나 누리꾼들이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 광고는 9년 전 이탈리아에서 나온 세제 업체 광고와 닮아 표절 논란도 일고 있다. 다만 당시에는 평범한 남성이 근육질의 남성으로 바뀌어 나오는 설정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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