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 연속 美 대선결과 맞춘 ‘족집게 예측가’의 탁월한 비법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9일 19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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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결과를 8번 연속으로 모두 맞춘 ‘족집게 예측가’ 앨런 릭트먼 미국 아메리카대 교수가 이번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로 ‘샌더스 효과’와 ‘오바마의 외교 정책’을 꼽았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그다지 위협적인 후보가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있고, 오바마의 이란 핵 협상과 ‘이슬람국가(IS)’ 퇴치 작전에 대해 유권자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민주당이 다시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대선 결과 예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지진 예측 모델을 응용한 방식으로 1984년 대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대선 결과를 정확히 맞춘 앨런 릭트먼 교수를 인터뷰해 그의 예측 방법과 대선의 주요 변수를 29일 소개했다.

릭트먼 교수의 예측은 1988년 대선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 당시 공화당의 조지 H W 부시 후보는 민주당의 마이클 듀카키스 후보에게 여론조사에서 17% 포인트나 뒤져 있었다. 릭트먼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지 기고를 통해 “여론조사, 전문가들 말은 신경 쓰지 말라”며 “부시가 이길 뿐만 아니라 아주 쉽게 이긴다”고 정확히 예측했다.

릭트먼 교수의 예측에서 놀라운 점은 그가 이런 예측을 통상 1년 전이나 대선 수개 월 전에 내놓는다는 것이다. 1988년 대선 예측은 그해 5월에 내놨다.

탁월한 예측은 그 전제 조건부터 남다르다. 릭트먼 교수는 여론조사를 거들떠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요 판단 근거로 거론되는 지역별 인구구성, 경합 주의 표심 동향도 무시한다. 그가 파악한 미국 대선의 본질은 인물이나 이슈, TV토론, 광고가 아니라 현 집권당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는 “집권당이 잘하면 4년 더 기회를 주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내쫓는 것이 대선”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를 전제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을 배출한 1860년부터 로널드 레이건의 1980년 대선까지 120년간 대선을 분석해 13가지 명제(참·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문장)로 된 대선 예측 모델을 완성했다. 핵심은 집권당의 안정성에 해를 끼칠 사안이 발생하지 않으면 집권당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명제들은 ‘현재 행정부가 국가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주고 있다’ ‘현재 대통령 임기에 지속된 사회 불안이 없다’ ‘집권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심각한 경쟁이 없다’ 등이다. 13개 명제의 해답 중 ‘거짓’이 6개 이하면 집권당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올해 대선 예측은 진행 중이다. ‘집권당 후보 경선에 심각한 경쟁이 있느냐’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애매한 상황이라고 릭트먼 교수는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제치고 민주당 후보가 될 것은 분명해보이지만 과연 심각한 경쟁이 없다고 판정할 수 있을지가 문제라는 것.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군사 정책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도 판정이 애매한 부분이라 릭트먼 교수는 밝혔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이나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 치적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잘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명제 중에는 ‘야당 후보가 카리스마가 없거나 국민적 영웅이 아니다’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카리스마가 있거나 국민적 영웅이면 클린턴의 집권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릭트먼 교수는 “2차 세계대전과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율리시스 그랜트 같은 사람이 국민적 영웅”이라며 “트럼프는 이런 부류에 끼지 못한다”고 판정했다. 또 카리스마에 대해서도 “아주 좁은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지지를 얻는 대신 폭넓은 계층으로부터 반감을 가진 사람에게 카리스마를 가졌다고 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설사 대통령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건 다른 변수들 때문이지 트럼프 자신의 역량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앨런 릭트먼 교수의 미 대선 결과 예측 모델 13개 명제>

① 집권당이 중간선거 후에 그 전 중간선거 후보다 많은 하원 의석을 보유하고 있다.

② 집권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심각한 경쟁이 없다.

③ 집권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이다.

④ 영향력이 두드러지는 제3당이나 무소속 후보가 없다.

⑤ 선거운동 기간이 경기침체기가 아니다.

⑥ 대통령 임기 내의 1인당 실질 경제 성장률이 앞선 두 임기의 평균 성장률과 비교할 때 같거나 높다.

⑦ 현재 행정부가 국가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주고 있다.

⑧ 현재 대통령 임기에 지속된 사회 불안이 없다.

⑨ 현재 행정부가 주요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다.

⑩ 현재 행정부가 외교나 군사 정책에서 큰 실패를 겪지 않았다.

⑪ 현재 행정부가 외교나 군사 정책에서 큰 성공을 쟁취했다.

⑫ 현재 집권당 후보가 카리스마가 있거나 국민적 영웅이다.

⑬ 현재 야당 후보가 카리스마가 없거나 국민적 영웅이 아니다.

※13개 중 6개 이하의 해답이 ‘거짓’이면 집권당이 승리.

허진석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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