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대병원장에 대통령 주치의 낙점한 인사 난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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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장에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를 지낸 서창석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55)가 임명됐다.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서 교수를 1순위, 오병희 현 원장을 2순위로 교육부에 추천했다. 대통령 주치의가 곧바로 서울대병원장을 맡은 전례가 없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의식한 청와대와 교육부는 잠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는 듯했으나 결국 서 교수로 낙점했다.

서 교수가 2월 25일 돌연 대통령 주치의 사표를 낸 뒤 병원장 출마를 선언하자 서울대병원 노조는 “서 교수가 된다면 사실상 청와대 낙하산 인사다. 청와대가 병원장을 내리꽂는 비민주적 방식으로 서울대병원을 국민의 병원으로 만들 수 없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비전문가 낙하산 인사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서 교수는 서울대병원 주요 보직을 맡은 적이 없고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만 10년 근무했다. 그런 경력으로 과연 ‘국가중앙병원’이라는 말을 듣는 국내 최고의 병원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역대 대통령 주치의들은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난 뒤에도 주치의 역할을 했다. 대통령의 주치의는 그래서 ‘평생 주치의’라는 말을 듣는다. 박 대통령도 세 차례나 사표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의 적임자는 주류보다는 비주류에서 나올 수 있고 젊다는 것은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세대교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 주치의라는 배경은 개혁이나 변화와는 거리가 있다. 서 원장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 보건의료 3대 기관장이 모두 같은 병원(분당 서울대병원) 출신이다. 더구나 함께 일한 인연까지 있으니 편중 인사라는 말을 들을 만도 하다.

청와대가 신임 법무비서관에 또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TK(대구경북) 출신 최철환 변호사를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박근혜 정부의 전현직 청와대 민정라인 중 김앤장 출신은 전임 곽병훈 법무비서관을 포함해 5명이나 된다. 아무리 김앤장에 유능한 변호사가 많다고 해도 지나친 편중이다. 그렇지 않아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의 법률 대리를 김앤장이 맡고 있어 국민의 눈이 곱지 않은 터다. 청와대가 임기 말에 국민의 신뢰를 잃는 인사를 계속하면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장#대통령 주치의#서창석 서울대 의대 산부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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