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들, 요즘 김정은을 ‘정은이’ ‘걔’라고 부른다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16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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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장군님’이나 ‘수령님’ 등의 존칭 없이 ‘정은이’, ‘갸(걔)’라고 부른다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정치범수용소피해자가족협회(노체인·No Chain) 정광일 대표는 19일 오후 영국 런던의 영국 의회 내 한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예전엔 장군님이라든지 수령님이라든지 존칭을 붙였다”며 “그러나 지금은 북한 주민과 전화통화하면 김정은을 친구 부르듯 ‘정은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32년 만에 당대회를 열고 자신의 직함을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서 김일성 주석이 맡았던 노동당 위원장으로 높이는 등 정통성 부여에 열을 올렸지만 주민들에게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날 자리는 영국 의회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그룹(APPGNK)’이 장 대표로부터 ‘북한 정권의 정보 장벽 깨기’ 활동을 청취하려고 마련한 것이다.

장 대표는 2009년부터 외부 콘텐츠를 북한에 들여보낸 것이 북한에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 한국 영화, 해외 영화, 한국에 온 탈북자가 정착한 모습이나 개방된 사회의 국민이 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영상 등을 북한에 공급하고 있다.

장대표는 2012년부터는 CD, USB를 500~600개 씩 북한에 들여보냈다. 또한 북한에서 휴대폰과 중국산 MP4 플레이어가 확산한 데 발맞춰 SD카드에 외부 콘텐츠를 담아 무역일꾼에게 넘겨왔다. 북한에선 이 영상이 상품화돼 매매된다고 한다. 장 대표는 “이제는 북한이 어느 정도 시장에 의존하다 보니 단속에 걸리더라도 뇌물을 얼마 주고 풀려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에 드라마와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에 온 탈북자들이 정착한 모습 등 자체 제작한 콘텐츠도 CD에 담아 보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우리가 보낸 콘텐츠를 보고 강요당한 삶을 알기 시작하다 보니까 ‘정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심지어 ‘갸’라는 표현도 나온다”며 “예전 같으면 무서워서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50여명은 장 대표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고, 증언이 끝나자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이 자리에는 APPGNK 공동의장인 피오나 브루스 하원의원을 비롯해 하원의원 3명이 참석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올해 안에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한국어 단파라디오 방송 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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