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미국인 57%가 지지하는 ‘트럼프의 고립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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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 결과
‘국내문제에 집중’ 노선에 공감… 트럼프, 민심 변화 꿰뚫어 돌풍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사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5일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는 사설을 썼다. WP는 “공화당은 트럼프가 미국과 전 세계에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한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비판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WP나 NYT 같은 주류 언론이 특정 대선 후보의 낙마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지금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구호를 내건 트럼프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보통 미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언론의 걱정이다. 트럼프가 실제 대통령이 됐을 때 벌어질 국내외의 경악스러운 상황을 경계한다.

WP는 3월 하순 논설위원들이 트럼프를 집단 인터뷰한 뒤 이미 대통령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미국 국익만 앞세운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극단의 상업주의로는 세계를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 주류 언론뿐 아니라 공화당 주류에서도 트럼프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는 당당히 자력으로 대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언론이 민심을 잘못 읽은 것일까. 트럼프 열풍이 급격히 보수화되고 있는 미국인들의 민심을 정확히 꿰뚫은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5일 나왔다. 특정 정파에 치우치지 않는 무당파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12∼19일 성인 2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57%가 ‘미국은 국내 이슈 해결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답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가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37%)는 응답보다 훨씬 많다. 경제 분야도 미국이 글로벌 경제에 일일이 관여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트럼프의 생각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트럼프 돌풍이 막말 등 노이즈 마케팅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을 넘어 11월 본선에서 미국의 민심과 시대정신까지 반영하는 태풍으로 커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힐러리#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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