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휘황한 설계도’ 어디 가고 핵만 우려먹은 北 노동당 대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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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어제 제7차 노동당 대회를 평양 4·25문화회관에서 개막했다. 1980년 이후 처음 열린 이번 당 대회 보고를 통해 김정은은 “첫 수소탄 시험과 광명성 4호 발사의 대성공을 이룩해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 빛냈다”고 말했다. 북은 김정은 우상화에 역점을 둔 행사를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70일 전투’라는 구호로 주민을 강제 동원하고 평양을 대대적으로 단장하는 요란을 떨었다. 하지만 118개국에서 대표단이 참석했던 36년 전의 6차 당 대회와는 달리 주요 외빈이 참석하지 않았고 방북 외신기자의 현장 취재도 차단돼 김정은의 초라한 비공개 ‘셀프 대관식’에 그쳤다.

국제사회는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김정은이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따르지 않을까 주목했으나 부질없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어제 소형 핵탄두 개발 등 성과를 나열하며 “국방과학자, 기술자들이 제7차 당 대회에 드리는 가장 큰 선물”이라고 주장했다. 핵과 미사일 외에는 김정은의 치적이라고 내놓을 것이 없는 북으로선 2012년 헌법에 이어 노동당 규약에도 핵보유국을 명문화할 가능성이 있다.

북은 70일 전투의 성과가 계획의 144%에 이르고 공업생산이 작년 동기의 1.6배라고 발표했다. 김일성 시대의 ‘천리마 운동’에 빗대 ‘만리마 신화 창조’라고 한 것은 주민을 그만큼 가혹하게 쥐어짰다는 말이다. 김정은이 설령 새 경제 비전을 제시해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경제 회생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3일 “북한 내 급변사태와 쿠데타까지 상정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이 조속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한 것은 북을 보는 국제사회의 싸늘한 기류를 대변한다.

김일성은 6차 당 대회 때 남과 북이 각자의 정치체제를 유지하는 ‘고려민주연방공화국’ 통일 방안을 제안하면서 한미동맹 해체를 요구했다. 북은 이번에도 유사한 방안을 내놓거나 평화협정 체결을 들고 나와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 기도할 수 있다. 당 대회 이후 북의 대남 공세에 면밀히 대비해야 한다.

김일성이 6차 당 대회 보고에서 “우리 조국의 미래는 휘황찬란하다”고 허풍을 떨었지만 36년간 북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세계가 다 안다. 김정일이 생전에 당 대회를 못 연 것도 주민들이 굶주려 죽는 비참한 현실 때문이었다. “혁명의 최후 승리를 앞당겨 나가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쳐놓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김정은이 핵으로 권력을 지탱하려는 허황된 몽상에서 깨어나지 않는다면 그를 기다리는 건 비참한 몰락의 길뿐이다.
#북한#노동당 대회#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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