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목 교수 등 국내 연구진 14명 중력파 발견 참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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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2개 병합 시뮬레이션 제작 기여”

미국, 한국, 독일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충돌해 합치는 과정에서 나온 중력파를 검출했다. SXS 제공
미국, 한국, 독일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태양 질량의 36배와 29배인 블랙홀 두 개로 이뤄진 쌍성이 충돌해 합치는 과정에서 나온 중력파를 검출했다. SXS 제공
‘매우 흥미로운 사건(very interesting event).’

지난해 9월 14일 오후 8시경 오정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에게 e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이비스 앰배서더 명동에서 열린 중력파 검출 기자간담회에서 오 연구원은 “중력파의 첫 신호가 검출됐다는 소식을 한국 연구진 중 가장 먼저 알았다”며 “이날이 마침 생일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2012년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발견 이후 과학계 최고의 진전으로 평가받는 중력파 발견에는 한국인 과학자들도 직접 참여했다.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사진)를 단장으로 한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Korean Gravitational-Wave Group) 소속의 국내 연구진 14명은 2009년부터 ‘라이고(LIGO)’ 실험에 참여했다. 이번에 중력파를 검출한 전 세계 16개국 가운데 한국도 포함된 것이다. 11일 중력파 검출 결과가 담긴 저널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도 14명의 이름이 공동저자로 올라갔다.

이들은 미국 현지 중력파 검출 시설인 ‘라이고’에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검출기에 기록된 데이터에서 노이즈(잡음)를 제거해 3분 내에 진짜 중력파의 신호가 있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중력파를 만드는 천체의 물리량을 측정하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이 교수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라이고에서 관측할 수 있는 관측 파형을 예측했다”고 설명했다. 강궁원 KISTI 책임연구원은 “11일(현지 시간) 미국 현지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2개의 블랙홀이 병합하는 시뮬레이션 제작에도 한국 연구진이 기여했다”고 밝혔다.

한국판 중력파 검출 프로젝트도 검토 중이다. 초전도 기술을 이용해 0.1∼10Hz(헤르츠)의 파동을 검출할 수 있는 저주파 검출기 ‘소그로(SOGRO)’를 지하에 짓고 백색왜성이나 중간급 블랙홀에서 나오는 중력파를 측정하는 계획이다. 이 주파수 대역은 지진파 등 잡음이 심하다는 어려움이 있어 아직 선점한 나라가 없다.

이 교수는 “라이고에 참여하며 잡음 제거 노하우를 어느 정도 쌓은 만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실현 가능성을 계속 타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중력파 실험을 통해 예상되는 과학적 성과가 매우 큰 만큼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투자를 통해 연구를 진행한다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블랙홀#중력파#이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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