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조선에 관한 모든 지식, 여기 다 있소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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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편(晝永編)/정동유 지음/안대회 서한석 외 옮김/704쪽·3만 원·휴머니스트

요즘 사람들이 뭔가 궁금한 게 생긴다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아마 구글,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 들어가거나 위키피디아 같은 오픈백과사전을 이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옛날은 어땠을까. 조선시대에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만한 지식의 집대성이 있었다. 조선 실학자 정동유(1744∼1808)가 쓴 ‘주영편(晝永編)’이 그것. 그는 조선의 역사문화와 자연환경, 풍속과 언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분석해 ‘차기(箚記·짧은 글)’로 작성한 후 백과사전처럼 한데 모았다.

책 서문에 저자는 “낮이 긴 여름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썼다고 대수롭지 않은 듯 이야기했지만 상·하권 202개 글로 묶인 책은 알차다. 상권에 지리, 건축, 역법, 민속 등을, 하권에 어휘, 저술, 문물, 학술 등의 분야를 구분했다. 염소, 헛개나무의 뜻과 유래 같은 간단한 내용부터 붕당의 폐해, 주자학파와 양명학파의 논쟁 등 깊이 있는 내용까지 담았다. 훈민정음을 서양의 자모(알파벳)나 표류한 포르투갈인에게서 수집한 포르투갈 어휘 등 여러 언어와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부분도 눈에 띈다. 위당 정인보(1893∼1950)는 1931년 1월 동아일보에 “조선의 문학과 지리, 역사에 대해 홀로 터득한 혜안을 찾아볼 수 있는 대저술”이라고 평가했다.

조선 실학자 박제가의 ‘북학의’를 옮긴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 교수 등 고증에 일가견이 있는 일군의 학자들이 번역하고 난해한 용어에는 주석이 곁들여져 어렵지 않게 읽힌다. 상·하권으로 나뉜 원문 또한 한 권으로 묶였다. 책을 통해 쏠쏠한 지식을 얻고 조선의 한 실학자의 세계관도 읽어낼 수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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