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터키, IS원유 밀거래”… 에르도안 “사실이면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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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후협약 파리총회서 또 충돌
“불법행위 숨기려 러 전폭기 격추”… “터키는 그만큼 부정직하지 않아”
IS, 원유밀매로 年5억달러 수익… 터키-시리아-쿠르드와 거래說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대립 중인 러시아와 터키가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터키 정부의 원유 밀매거래 혐의를 놓고 다시 한 번 정면충돌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터키가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한 이유는 시리아와 터키 접경에서 일어나는 불법 석유 수송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IS 등 테러조직이 장악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가 대규모로 터키 영토로 유입되고 있다는 충분한 정보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역시 파리를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발끈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테러리스트들로부터 석유를 살 만큼 부정직하지 않다”며 “이런 주장이 사실로 입증되면 대통령직을 사퇴하겠다. 푸틴 대통령은 자리를 지키겠느냐”고 맞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이날 정상회담을 갖고 러시아와 터키 간의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단호한 부인에도 IS의 원유 밀매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IS는 연간 5억 달러의 원유 밀매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IS의 원유 밀매 대상으로는 터키를 비롯해 시리아 정부, 쿠르드 자치정부, 이스라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와파크 알루바이 전 이라크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 매체 RT와의 인터뷰에서 “IS가 암시장을 통해 8억 달러(약 9264억 원) 규모의 원유를 터키에 절반 가격으로 팔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터키는 지난달 말 “시리아에서 밀수된 원유 7900만 L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S산 원유를 수입하는 것은 러시아가 현재 지원하고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와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KRG)”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 재무부 대테러·금융정보 담당 데이비드 코언 차관은 “KRG와 터키, 시리아의 불법 중개업자들이 IS 원유 밀거래를 주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이스라엘도 IS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의 아랍전문 매체 알아라비알자디드는 지난달 27일 IS의 원유가 이스라엘까지 도달하는 과정을 탐사 보도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IS 점령지에서 생산된 원유는 쿠르드 자치지역인 자코에서 터키로 유입돼 제이한과 메르신 등 터키 항구를 통해 이스라엘의 아슈도드 항까지 도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8월 이스라엘이 수입 원유의 75%를 KRG로부터 들여온다며 “IS산 원유가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13일 파리 테러 이후 IS의 재정을 뒷받침하는 석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 연합군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석유 자산을 공습했던 작전에서 이름을 딴 ‘제2차 해일 작전(Operation Tidal Wave Ⅱ)’을 개시했다. 연합군은 지난달 23일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즈조르 주(州) 공습으로 석유 트럭 283대를 파괴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is#원유#밀거래#러시아#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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