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스타 CEO’ 실종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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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매체 ‘올해 기업인’ 한국인 없어… 마윈 등 中기업가들이 자리 채워

“그들은 자신에게 회의적 시각을 가졌던 이들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중국 ‘샤오미(小米)’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리고 이 샤오미를 이끄는 레이쥔(雷軍) 회장을 최근 발표한 ‘2015년 올해의 기업인 50인’ 중 7위에 올렸다. 2010년부터 매년 집계하는 이 리스트에서 중국 기업인이 기록한 최고 순위다. 지난해 1위에 올랐던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알파벳(구글 지주사) 최고경영자(11위)도 제쳤다.

해마다 이맘때 해외 유력 매체들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최고경영자(CEO)들’ 명단에 한국 기업가들의 이름이 수년째 거론되지 않고 있다. 대신 중국 기업가들이 약진하는 모양새다. 포천의 ‘올해의 기업인 50인’ 리스트에 국내 기업인은 3년째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2010년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39위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2012년에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5위에 오른 게 마지막이었다.

포천과 함께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최고의 성과를 낸 CEO 100인’ 순위도 마찬가지다. 2009년에 윤종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3위, 2012년 윤 전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각각 3, 6위에 오른 후로는 국내 CEO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아시아를 대표하던 국내 기업가들이 빠진 자리는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을 비롯한 중국인 CEO들이 채우고 있다. 지난해 포천 리스트에서 각각 10위, 46위를 기록한 마윈과 마화텅은 올해도 각각 25위, 27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화텅 CEO는 HBR의 100인 리스트(46위)에도 함께 이름을 올린 유일한 아시아 기업가다.

매출이나 이익 규모로 보면 한국 기업가들이 제외된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기업인 순위는 단순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비전, 리더십, 주주와의 소통, 사회적 기여 등도 함께 반영된다. 재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가들은 미국 방식을 배우며 소비자나 투자자와 소통하고 비전을 설득하는 ‘열린 행보’에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 CEO는 적극적 대외 행보를 꺼리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ceo#기업가#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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