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vs 중국, 저성장 시대 사활 건 ‘산업재편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메이드 by 코리아’로 간다
“고임금 ‘메이드 인 코리아’ 탈피… 해외생산 늘려 기업 경쟁력 강화”
KDI 제안에 정부 곧 지원책 발표

한국 안에서 제품을 만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서 해외 공장에서 한국 제품을 생산하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로 산업정책의 큰 틀을 전환해야 한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에 건의했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 창출, 기술 유출 우려 등을 고려해 기업의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반기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금 수준 등이 너무 높아진 상태에서 국내 생산만 고집하다간 기업 경쟁력이 약화돼 결과적으로 일자리도 줄어들게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연구개발(R&D), 설계 등 핵심 분야는 국내에 남기되 생산시설을 선별적으로 해외로 돌리는 정책을 수립할 방침이다.

25일 KDI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KDI로부터 “한중일 분업구조 재편에 따라 산업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제안을 받고 신(新)산업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 방안은 정부가 다음 달 내놓는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다.

KDI는 한국과 일본이 높은 기술력을 토대로 생산한 부품이나 소재를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이 조립해 미국, 유럽연합(EU)에 수출하는 분업구조가 최근 무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 경쟁력이 한국을 바짝 따라잡았지만 한국은 핵심 부품, 소재 분야 경쟁력에서 일본과 여전히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KDI는 앞으로 정부가 한국 내 생산의 총합인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내외에서 한국인이 얻은 소득의 총합인 ‘국민총소득(GNI)’을 늘리는 쪽으로 산업정책 방향을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가 시장조사, 정보분석, 외교협력, 자금지원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이 국내로 돌아와 소비로 이어지게 함으로써 국내 고용 감소의 폭을 줄이는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비용이 싼 해외로 나가 수익성을 높이는 것 외에는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 ‘첨단굴기 차이나’가 온다 ▼

시진핑 “로봇, 국가핵심산업으로”… 정부 주관 첫 세계로봇대회 열어
반도체-바이오-항공도 집중 투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중국 리스크에서 중요한 것은 중국의 수요 둔화가 아니라 중국의 산업경쟁력이 향상되면서 우리 기업들과의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실제로 중국은 경기 둔화 속에서도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 통신 생명공학 항공 로봇 등 첨단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과학기술 굴기(굴起)’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23일부터 3일간 베이징에서 열린 ‘2015년 세계로봇대회’에 보낸 축전에서 “로봇 산업을 국가과학기술 창신의 중점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정부 주관으로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추진하겠다는 제조업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 주석은 로봇산업을 제조업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영기업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칭화(淸華)대 산하 칭화유니그룹은 16일 “향후 5년간 3000억 위안(약 54조9400억 원)을 투자해 세계 3위 반도체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국영 항공기 제작업체 중국상용항공기(COMAC)도 이달 초 중대형 상업용 여객기 C919 출고식을 가지면서 에어버스(Airbus), 보잉(Boeing)과 함께 여객기 시장의 ‘ABC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통신 분야에서는 2020년경부터 실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5세대(5G) 이동통신’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민관 합동 조직인 ‘IMT-2020 추진그룹’을 발족시켰다. 국영 기업으로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줄기세포 기업인 보야(博雅)그룹도 23일 한국의 황우석 박사가 운영하는 수암생명공학원과 합작해 톈진(天津)의 1만4000m²의 터에 세계 최대 규모의 동물복제 농장을 지어 식용 소 등 연간 100만 개의 복제 배아를 생산하겠다고 밝혀 생명공학 분야의 굴기를 선언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한국#중국#산업재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