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배철수’… 앞날이 더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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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조선·철강·해운 3대 업종의 시가총액이 20%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실적 쇼크를 겪으며 위기 산업으로 지목되는 바람에 일부 증권사는 이들 종목의 기업분석조차 포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종목의 전망이 내년에도 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신중한 투자 전략을 주문했다.

2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조선업종 9개로 구성된 ‘KRX 조선업 지수’는 올 1월 1일 이후 24일까지 32.95% 떨어졌다. 대우조선해양(―67%), 삼성중공업(―41.6%) 등 올해 주가가 크게 떨어진 종목의 영향을 받았다. 포스코(―39%)가 포함된 ‘KRX 철강업 지수’는 같은 기간 15.85% 하락했다.

올해에만 주가가 43.3% 빠진 현대상선 등 해운업 상장사가 포함된 ‘KRX 운수업 지수’도 27.59% 내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5.25%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시총도 조선업(―33.2%) 철강업(―22.06%) 운수업(―26.14%) 모두 줄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율 증가폭도 조선·철강·해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이베스트증권에 따르면 2009년과 2014년을 비교했을 때 한계기업 증가폭은 조선(12.1%포인트) 운수(8.9%포인트) 철강(6.9%포인트) 순으로 높았다. 이 3개 업종을 뺀 나머지 업종의 증가폭은 평균 1.3%포인트다. 손소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세 업종의 한계기업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건 5년간 상황이 가장 악화됐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전망이 불투명한 조선과 해운 종목은 분석조차 쉽지 않다고 말한다. 몇몇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손실 추정이 어려운 삼성엔지니어링의 종목 분석을 포기하기도 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3개 증권사가 내놓은 현대중공업의 4분기(10∼12월) 영업이익 추정치는 1360억 원 손실에서 2750억 원 이익까지 다양했다. 편차가 3000억 원을 넘을 정도로 분석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9개 증권사가 내놓은 4분기 대우조선해양 영업이익 추정치도 4090억 원 손실에서 890억 원 이익으로 나타나, 편차가 약 5000억 원에 이른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계기업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처럼 갑작스럽게 대규모 손실이 반영될 수 있어 기업가치 분석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조선업과 해운업 투자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인 불황에 무역 규모가 줄어들었고, 국내 업체들의 능력만으로 이를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정부 개입이나 업계의 자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신속하게 진행된다면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할 여지는 있다고 조언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의미 있는 정부 정책 등이 나오면 내년 중반 이후 주가가 일부 회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의 경우 주가가 저평가됐으며, 다른 종목보다 배당이 높다는 점 때문에 투자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강업은 대규모 설비투자 비용이 들어갈 여지가 적고, 국내 자동차나 건설업 수요가 받쳐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조선#철강#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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