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년 恨풀이… 하의3도 주민들, 65년만에 ‘報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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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인조때 빼앗긴 개간 토지… 1950년 제헌국회가 되찾아줘
후손들, 제헌의원들 뜻 기려… 정의화 국회의장에 보은패 전달

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이 9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김학윤 하의3도 농지탈환운동기념사업회장에게서 보은패를 받고 있다. 신안=이형주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이 9일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김학윤 하의3도 농지탈환운동기념사업회장에게서 보은패를 받고 있다. 신안=이형주 기자
전남 목포항에서 뱃길로 50km를 가야 하는 신안군 하의도. 9일 이곳에서는 하의도, 상태도, 하태도 등 3개 섬 마을 주민들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보은패를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행사장 주변에 걸린 현수막 등에는 ‘300년 한 맺힌 농토를 되찾게 해준 제헌국회 의원들 은덕에 감사하세’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다도해 끝자락에 있는 하의3도는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반을 가야 도착하는 낙도다. 하지만 이 섬들은 전체 면적 48km² 중 논밭이 12.5km²에 이르고 비옥하다. 정 의장 일행이 도착한 하의도 웅곡선착장에는 환영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차로 5분 거리의 하의3도 농민운동기념관에 이르자 김학윤 농지탈환운동기념사업회장(79)이 정 의장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김 회장이 정 의장에게 보은패를 전달한 뒤 곧이어 농지탈환운동 희생자와 제헌의회 의원들을 위한 위령제와 씻김굿이 진행됐다. 보은패에는 1950년 제헌국회 의원들이 이곳 3개 섬 주민들의 330년에 걸친 한(恨)을 풀어준 데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겼다. 제헌국회 의원 중 생존자가 없어 정 의장에게 전달됐다.

사연은 임진왜란(1592∼1598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초 빈 섬이었던 이곳은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국토가 황폐해져 먹고살기 힘들었던 농민들이 이주해 왔다. 전남 영광, 나주, 영암, 강진 지역 등에서 이주해 온 농민들은 산을 개간해 논밭을 일궜다. 당시 국법은 토지는 개간한 사람이 소유권을 갖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인조는 1623년 선조의 딸 정명공주와 결혼한 명문가 자손에게 하의3도 땅 26만 m²에서 4대 후손까지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한을 줬다.

1729년 5대에 이르렀어도 세금 징수권은 반환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세도가는 당초 인조에게서 받은 땅의 6배나 되는 165만 m²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했다. 주민들은 한양까지 올라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도리어 핍박만 받았다.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세도가와 일본인 지주 등 6명에게 소유권이 넘어갔다. 주민들은 끊임없이 진정과 소송, 소작료 불납운동을 벌였다. 그리고 마침내 1950년 2월 제헌국회 의원들은 하의3도 토지 소유권 무상반환을 결의했다. 6·25전쟁을 거치며 1956년에야 농지 이전이 이뤄졌다.

정 의장은 “하의도 농민들은 불의에 항거하고 올바른 것을 실천했다”며 “보은패를 헌정기념관에 보관해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준 제헌국회 선배 의원들의 뜻을 본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제헌국회 의장인 신익희 선생을 비롯해 65년 전 은인들에게 감사를 표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며 “제헌국회의 뜻을 이어받아 지역 발전과 주민 화합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하의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조선#인조#제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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