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만복 前국정원장이 밝힌 ‘盧-김정일 핫라인’ 진상 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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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김만복 씨가 어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상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핫라인이 뚫려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기밀사항이지만 핫라인은 24시간 가동됐고, 핫라인과 연결된 우리 측 전화기 벨이 울리면 김정일 위원장의 전화였다”며 “그 라인을 통해 북측이 불만도 많이 표출했고 오해라는 설명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이 국가 기밀사항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이라면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남북 정상의 소통은 최대한 투명하게 진행해야 하되 기밀사항은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 등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미 김 전 원장은 2007년 대선 전날 방북해 김양건과 나눈 대화록을 유출해서 2009년 입건유예 처분을, 또 일본 월간지 기고 건으로 2011년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해 2013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기밀 유출이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자 그는 어제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이 있었지만 두 정상이 직접 통화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말을 바꿨다. 두 정상 간의 의사가 쉽게, 즉각적으로 교환될 수 있는 라인이 있었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전 국정원장이 언론을 대상으로 희대의 거짓말을 한 것인지 진상을 밝힐 필요가 있다.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김대중-김정일의 핫라인이 구축된 사실은 임동원 전 국정원장의 2008년 회고록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만일 김 전 원장의 주장대로 핫라인이 노무현 정부 때까지 존재했다면 북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연평해전 등 심각한 도발이 있을 때 남북 정상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확인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특히 김정일은 무슨 불만을 그리 많이 표출했는지, 노 전 대통령은 무엇이 오해라고 설명했는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김 전 원장이 최근 낸 책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선언’도 현 국정원장의 허가 없이 발간한 것이어서 국정원직원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검찰과 국정원은 남북 관계의 비화를 자의적으로 공개한 김 전 원장을 조사해 위법 사실이 있으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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