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찬 메뉴판에 ‘以心傳心-無信不立’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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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대중가요 번갈아 연주… 朴대통령 애창곡 ‘빙고’도 포함
예전과 달리 朴대통령 중국어 안써… ‘중국 경도’ 우려 의식해 자제한 듯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일 정상회담에 이어 단독 오찬을 했다. 공식 일정에 없던 ‘깜짝’ 오찬으로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을 각별하게 생각해 만든 자리라고 한다. 이날 시 주석은 박 대통령 외에 카자흐스탄, 라오스, 캄보디아, 세르비아 국가원수와 정상회담을 했지만 점심은 박 대통령과 단독으로 했다.

○ “세 번의 식사를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이 베이징(北京)에 머무는 동안 네 번의 식사 가운데 3일 조찬만 빼고 세 번의 식사를 시 주석과 함께한다. 박 대통령은 2일 시 주석 내외가 주최하는 환영 만찬에 참석했고 3일에는 전승절 기념행사 직후 오찬 리셉션에 참석한다.

두 정상은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대청에서 34분간 정상회담을 한 뒤 서대청으로 자리를 옮겨 1시간 4분 동안 점심을 같이했다. 오찬 내내 ‘중앙민족가무단’의 연주가 이어졌다. 시 주석의 부인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대표곡 ‘희망의 들판’을 시작으로 ‘아리랑’ ‘첨밀밀’ ‘오나라’(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곡) 등 중국 노래와 한국 노래가 번갈아 연주됐다. 10곡의 노래가 연주됐는데 박 대통령의 애창곡인 거북이의 ‘빙고’도 포함됐다.

두 정상 앞에 놓인 메뉴판도 눈길을 끌었다. 한쪽에는 박 대통령 사진이, 다른 한쪽에는 시 주석 사진이 인쇄됐는데 박 대통령 사진 아래에는 ‘이심전심-以心傳心’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시 주석 사진 아래에는 ‘번영창조-同襄繁榮’ ‘미래개척-共創未來’이란 글자가 각각 한글과 한자로 적혀 있었다.

○ ‘화려하진 않지만 내실 있게….’

박 대통령의 세 번째 중국 방문 콘셉트는 내실이다. 49개국 정부 수반과 대표를 베이징으로 초대한 시 주석으로서는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만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4분간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통역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한쪽 귀에는 이어폰이 꽂혔다. 한정된 시간에 많은 얘기를 하기 위해 상대방이 얘기할 때 바로 알아들을 수 있는 동시통역 방법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40분간 진행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면담에서도 동시통역이 사용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동시통역 방식을 사용해 보다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중국어 말고 한국말만…’

박 대통령은 중국어로 웬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2013년 중국을 국빈방문했을 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어를 해 중국인의 마음을 샀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어를 하지 않았다. 중국 전승절 기념식과 열병식 참석을 두고 일각에서 ‘중국 경도론’을 우려하는 상황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 방문하는 나라의 국민이 좋아하는 색상의 옷을 주로 입는다. 2013년 중국 국빈방문 때는 빨간색과 황금색의 옷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렇다 할 색상 콘셉트가 없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분홍색 재킷에 검은색 바지를 입었다.

베이징=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박근혜#오찬#대중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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