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기는커녕… 단순 서류 3번 퇴짜 놓은 공무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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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우려 항의에 “그쪽 사정” 막말도… 감사원, 무사안일 업무 징계 요구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 공무원 A 씨는 지난해 9월 동물용 탈취제 업체로부터 제조업 신고서류를 제출받았다. A 씨는 동물용 탈취제 업체 직원 B 씨에게 세 차례나 보완을 요구하며 신청서류를 반려했다. ‘밀린 민원이 100건인데 해당 업체로부터 먼저 진행해도 된다는 동의를 받아 오라’ ‘공장등록증명서 주소지가 공장이 아닌 상가 건물이다’ ‘일반건축물 대장의 용도를 제조업소로 변경해 오라’ 등 대부분 필수 서류가 아닌 것들이었다.

A 씨는 또 허가심사 도우미를 문의하거나, 신고 처리 기간을 알려 달라는 요구도 번번이 묵살했다. 직원 B 씨가 “신고 처리가 지연되면 파산한다”고 항의하자 공무원 A 씨는 “그쪽 사정”이라고 막말을 하기도 했다. 결국 A 씨는 감사원 조사가 시작되자 두 달이 지난 11월에야 신고를 수리했다. A 씨의 ‘갑(甲)질’에 제조업 신고 처리 기간(10일)은 없던 일이 돼버렸다.

정부는 연일 ‘규제 혁파’를 외치고 있지만 공무원의 이 같은 무사안일한 ‘갑질’ 관행은 여전했다. 감사원은 4일 60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 같은 ‘소극적 업무처리 점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행정연구원의 ‘행정에 관한 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57.8%는 공무원이 무사안일하다고 평가했다.

A 씨는 “교육과 출장으로 바빴다”고 변명했으나 감사원은 “고작 17쪽인 서류를 검토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며 징계 처분을 통보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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