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취재노트]워싱턴서 체감한 韓-美의 틈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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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승헌
워싱턴=이승헌
최근 워싱턴을 방문한 여권 인사들이 잇따라 “미국 사람들이 한국 정부의 친(親)중국 성향에 대해 의구심과 불안감을 갖고 있다. 워싱턴에 와보니 이를 절감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7일(현지 시간)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에겐 역시 중국보다는 미국”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한국이 중국 등과 많은 교류를 하는 것에 의구심을 갖고 보는 시각이 미국에 있다”고 했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자칫 외교적 논란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표현을 쓴 것은 막상 미국에 와서 한중 관계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를 접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김 대표와 함께 온 새누리당 중진 의원도 기자에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일 갈등 장기화 등을 거론하며 “이러다간 한미 관계가 큰일 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에 올 때마다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이미 신문들이 보도를 통해 워싱턴에서 느끼는 한미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신호음을 귀가 따갑게 울렸는데 이제서야 느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미 동맹이 우려되는 수준까지는 아직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에서 느끼는 것처럼 ‘한 줄기 빛이 들어올 틈 없이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김 대표는 불과 9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게 “대한민국 국민들은 시 주석의 단호한 북핵 부정 원칙에 대해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와 관련해 “한중이 ‘한마음 한뜻’이면 극복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번 미국 발언을 접한 중국으로서는 고개를 갸웃할 대목이다.

미중 사이를 오간 김 대표의 ‘양다리식 발언’은 주요 2개국(G2) 사이에서 한국이 지혜롭게 중장기적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공감이 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외교적 수사라고 할 수 없는 거친 언사야말로 한국 지도층의 외교 전략 부재를 보여준 방증인 것 같아 씁쓸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워싱턴#한국#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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