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과학자들, 나노 입자를 춤추게 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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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핀 사이 나노입자 끼워 넣어
3차원 구조를 한번에 볼 수 있는 새 이미징 기술 ‘사이언스’에 발표

그래핀 사이에 나노 입자가 들어 있는 액체를 넣으면 나노 입자가 자유롭게 움직여 3차원 구조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박정원 연구원 제공
그래핀 사이에 나노 입자가 들어 있는 액체를 넣으면 나노 입자가 자유롭게 움직여 3차원 구조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박정원 연구원 제공

‘나노 입자의 즐거운 춤을 따라서(Tracking the merry dance of nanoparticles)’.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17일 자에는 ‘춤추는 나노 입자’를 다룬 논문과 이 논문의 의미를 해석하는 기사가 함께 실렸다. 논문을 주도한 이들은 박정원 미국 하버드대 응용물리학부 연구원(사진), 육종민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원, 김관표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한상훈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 등 한국인 과학자들이다.

연구진은 수십, 수백 개의 원자로 구성된 매우 작은 나노 입자의 구조를 한번에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신개념 이미징 기술을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나노 입자를 건조해 시편을 제작한 뒤 이를 다양한 각도에서 투과전자현미경(TEM)으로 관찰하며 얻은 이미지를 합쳐야만 입체 구조를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노 입자의 구조가 변형되는 문제도 종종 발생했다.

박 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만두피에 만두소를 집어넣듯 그래핀 사이에 나노 입자가 담긴 액체를 끼워 넣으면 액체 속에서 나노 입자가 마치 춤을 추듯 자유롭게 움직인다”면서 “현미경으로 나노 입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기만 하면 3차원 구조를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이언스’는 이 기술을 ‘전자현미경 관찰 기법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편 박 연구원과 김 교수는 2006년 UC버클리에서 함께 박사과정을 시작하며 맺은 친분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당시 박 연구원은 이미징 기술을, 김 교수는 그래핀 연구로 세부 전공이 달랐지만 공동 연구를 계속 진행해 올해 3월에도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논문에는 그래핀 위에서 금속 나노 와이어가 자라는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이용해 ‘그래핀 나노 리본’을 개발한 성과가 담겼다.

박 연구원은 “액체 상태에서 나노 입자 3차원 구조를 직접 관찰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나노 입자뿐 아니라 단백질, 바이러스 등 액상으로 존재하는 모든 물질의 구조를 자연 상태 그대로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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