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리스 악재 와중에 중국증시 폭락 심상치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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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가 3일 3,686 선으로 주저앉아 연중 최고치였던 지난달 12일보다 28.6% 급락했다. 3주일 사이에 날아간 중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2조4000억 달러(약 2688조 원)로 작년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0배에 이른다. 최근 3주일 동안 금요일마다 주가가 폭락하는 ‘검은 금요일(블랙 프라이데이)’이 반복되면서 중국 증시는 패닉에 휩싸였다.

6월 12일 5,166 선을 돌파해 ‘미친 소(펑뉴·강세장)’ 소리까지 나왔던 중국의 주가 급락은 중국 경제 거품 붕괴의 신호탄 성격이 짙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와 푸에르토리코의 부채 위기가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지만 미국의 거물급 투자자들은 경계 대상 최상위 국가로 중국을 꼽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신용거래가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비슷한 ‘중국판 서브프라임’이라는 말도 나온다.

상하이지수는 작년 7월부터 1년간 152%나 급등하는 과열 양상을 보였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데도 주가가 폭등한 것은 개인 투자자들이 빚을 내 가면서까지 ‘묻지 마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은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부진하면서도 시진핑 정부가 제시한 ‘2020년 샤오캉(小康·그럭저럭 먹고살 만함) 사회 건설’을 위해 소비 진작을 목표로 내수 부양책을 쏟아냈고, 주부들과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농민공까지 ‘개미’들을 증시로 끌어들였다. 주가 폭락이 이어지면 소비가 줄어 실물경제에도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지난 주말 중국 정부와 증권업계는 기업공개(IPO)를 줄이고 1200억 위안(약 21조6000억 원)을 증시에 투자한다는 긴급 추가 증시부양책을 내놨다. ‘반짝 효과’를 거두더라도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아 투자심리를 근본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기관 밖에서 이뤄지는 대출인 45조 위안(약 8100조 원) 규모의 ‘그림자 금융’도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잠재적 시한폭탄이다.

한국은 가뜩이나 내수와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마당에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와 중국 증시 폭락이라는 양대 외부 악재까지 덮치면 경제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코스닥시장은 7년 만의 활황을 보이지만 이미 과열 조짐이 나타나 무조건 반길 일만도 아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거품 붕괴에 대비하기 위해 금융시장의 안전장치를 점검하는 것 못지않게 실물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안부터 국회에서 신속히 통과돼 정책 집행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그리스#악재#중국증시#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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