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3연승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가수 김연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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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분석 기술로 확인해보니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의 정체는 가수 김연우일까.

얼굴에 가면을 쓰고 노래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인 ‘일밤-복면가왕’이 인기다. 특히 최근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3연승을 거두며 가왕(歌王)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어 가면 뒤의 얼굴에 궁금증이 쌓이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노래 부를 때의 손동작, 목에 난 점 2개 등을 근거로 들어 김연우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와 김연우의 목소리가 동일한지 음성 분석 기술로 확인해 봤다.

○ 고음 유사해 동일인 가능성 높아

조동욱 충북도립대 의료전자학과 교수는 생체신호 분석 전문가로 가수 김범수, 박정현의 목소리를 분석한 사례가 있다. 조 교수에게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경연에서 부른 ‘만약에 말야’와 ‘이 밤이 지나면’, 가수 김연우가 부른 ‘사랑한다는 흔한 말’과 ‘이별택시’ 등 총 4곡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양쪽의 조건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4곡 모두 공연장에서 부른 음원을 이용했다.

분석 결과 둘은 전체적으로 비슷한 음성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노래의 고음부에서 목소리가 가장 유사했다. 고음 처리를 할 때 음에 실리는 힘의 세기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형태도 닮았다. 조 교수는 “고음에서는 본인의 목소리를 숨기고 노래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둘은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굳이 노래 실력을 비교하자면 김연우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보다 조금 앞섰다. 넓은 음역대, 일정한 세기로 노래할 수 있는 능력, 규칙적인 성대의 떨림, 화음 처리, 호흡의 길이 등 기술적인 측면에서 김연우의 점수가 높았다.

조 교수는 “만약 김연우가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라면 청중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다른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곡이 아니라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른 만큼 본래 실력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는 음성 분석을 통해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와 가수 김연우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목소리를 가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옥천=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는 음성 분석을 통해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와 가수 김연우가 전체적으로 비슷한 목소리를 가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옥천=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 ‘포먼트’ 10개 중 8개 겹쳐야 동일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범죄 수사에 사용하는 음성 분석 기술로는 확인할 수 없을까. 사람은 성대를 통해 입술까지 이어지는 성도(聲道)를 거쳐 목소리를 낸다. 이때 ‘포먼트(formant)’로 불리는 부분이 있으면 그 패턴을 비교해 동일인인지 확인할 수 있다.

박남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디지털분석과 공업연구사는 “포먼트는 ‘아’ ‘어’ ‘라’ 등 음절을 내뱉을 때마다 입술과 구강 모양이 바뀌어 생기는 특정한 진동 수”라면서 “범죄 수사에서는 포먼트 10개 중 8개 이상이 겹쳐야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고 말했다. 포먼트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목소리 지문으로 사용된다.

김연우가 과거 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른 ‘오페라의 유령’과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가 경연에서 부른 ‘오페라의 유령’은 창법이 비슷해 두 사람이 동일인물이라는 결정적인 근거로 거론된다. 하지만 국과수의 음성 분석 기술로는 이 둘의 비교가 불가능했다.

박 연구사는 “노래를 부를 때는 배나 머리를 울려 소리를 내는 성악 발성 기법 때문에 포먼트 검출이 잘 안 될 수 있다”면서 “반주를 제거하고 목소리만 뽑아내는 과정에서 목소리에 왜곡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옥천=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복면가왕#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김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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