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복거일 “죽는다 생각하니 정신 번쩍… 세권 쓰는데 1년도 안걸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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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투병 복거일씨 25년만에 장편 ‘역사 속의 나그네’ 완간

복거일 씨는 “소설을 통해 그려 보인 이상사회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복거일 씨는 “소설을 통해 그려 보인 이상사회는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건강 얘기, 표절 얘기는 나올 줄 알았습니다.”

소설가 복거일 씨(69)는 장편 ‘역사 속의 나그네’(전 6권·문학과지성사·이하 ‘나그네’) 완간을 알리는 자리에서 이렇게 인사하면서 웃음 지었다. 1일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후속 세 권을 쓰는 데 1년이 채 안 걸렸다”고 소개했다. 간암으로 투병하는 작가가 글쓰기에 매달려 얻은 작품이다. 작가의 건강이 어떤지 무엇보다 관심이고, 최근 한국문학의 이슈인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기 암 진단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나그네’는 어쩌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택시를 타고 집에 오면서 안식구에게 말했어요. 병원 안 가겠다고, 이 책 끝내고 죽겠다고요.” 1991년 세 권을 출간하고 24년 만에야 그는 장편을 마무리짓게 됐다. “내일 죽으면 오늘 정신이 바짝 든다는데 정말 집중해서 글이 쓰이더라”고 복 씨는 집필에 몰입하던 때를 돌아봤다.

그는 병원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 병원 스케줄 위주로 생활하면서 진지한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그는 “증상이 좋진 않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담담하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은 2070년대에 살던 주인공 언오가 시간여행을 하다 16세기 말 조선시대에 불시착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언오는 21세기의 지식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살리고 이상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데뷔작 ‘비명을 찾아서’로 한국문학에 ‘대체역사’ 바람을 일으킨 작가답게 그는 ‘나그네’를 ‘지적 무협소설’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분류했다. 복 씨는 “문학이 한국사회에서 역사나 정치를 대신하던 시대는 지나갔고, 21세기 문학은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는 여흥이 돼야 할 것”이라면서 “그런 기대를 갖고 무협소설이라는 오락물에 지식을 결합해 지적 무협소설을 썼다”고 설명했다.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솔직한 의견이 나왔다. 그는 “작가가 바쁘거나 지치면 (글이) 덜 다듬어지기 쉽고, (그럴 때) 누구도 표절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도 “작가가 게을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복 씨는 이번 논란이 문단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신경숙 씨가 이를 예술적 자양분으로 삼아 더욱 원숙한 작품을 쓸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표절과 함께 불거진 ‘문학권력’ 논란에 대해선 “나는 시장경제 관점에서 문학을 본다. ‘문학의 권력’은 독자가 갖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집 2권을 낸 시인이기도 한 그는 이후 계획에 대해 “시집 2권 분량의 원고를 갖고 있는데 한 권은 생전에, 다른 한 권은 사후에 낼 것”이라면서 “소설도 계속 쓰고 싶은데 이건 하느님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복거일#역사 속의 나그네#암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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