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B는 없다” 삼성의 배수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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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CEO 투자자 간담회… 엘리엇 공세에 정면 승부

“플랜 B는 없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최고경영자(CEO)들이 “두 회사 간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를 고려한 차선책이나 재합병 추진 계획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합병 성사를 위해 사실상 배수진을 친 것이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30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서울 영등포구 국제금융로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투자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지니먼트의 거센 공격을 받고 있지만 ‘패배’는 전혀 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합병비율 재산정이나 중간배당은 없어

이날 간담회에는 윤 사장을 비롯해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등 두 회사 최고경영진이 대거 출동했다. 7월 17일 합병 의결 주주총회에서 있을 엘리엇과의 표 대결을 앞두고 기관투자가의 ‘표심’을 잡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이된다.

이들은 애널리스트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을 빌려 엘리엇 측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합병비율 산정에 대해 김봉영 사장은 “관련법을 비롯해 여러 측면을 고려해 충분히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며 “제일모직 주가는 향후 전망이 밝은 바이오 계열사 주식을 가진 점 등을 시장이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는 시기에 합병을 결정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김신 사장이 “과거 5년간 건설 부문은 19%, 상사 부문은 7%에 가까운 성장을 이뤘지만 향후 5년은 각각 3%, 5%대에 불과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며 “결정이 늦춰졌으면 합병비율이 더 낮게 나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비율 산정 시 시가에서 10%를 할증할 수 있는 제도를 삼성물산 이사회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반론을 내놓았다.

김신 사장은 “최근 합병 사례 135건 가운데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합병을 제외하면 적용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며 “시장이 정상적으로 판단한 주가를 조정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엘리엇이 요구한 중간배당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중간배당은 제일모직 주주에 손해를 끼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합병 계약서 수정이 필요하다. 삼성물산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고창현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봤을 때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 통합 삼성물산은 ‘사실상 지주사’

윤 사장은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설명하며 “통합 삼성물산은 디팩토홀딩컴퍼니(De facto Holding Company·사실상의 지주회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의 다양한 사업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 미래 가치가 밝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거버넌스위원회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위원회 신설, 배당 확대 등 새 주주 친화 정책도 발표했다.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되는 거버넌스위원회는 인수합병(M&A) 등 주요 경영 사항을 심의해 이사회에 의견을 내는 조직. 이사회와 주주 간 소통 역할을 맡을 주주권익보호 담당위원도 선임한다.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의 배당성향은 기존 제일모직(2014년 기준 21%)보다 대폭 늘어난 30%를 지향하기로 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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