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인기 주춤?… 강포자 확 늘었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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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진입 9년새 11%P 줄어… 강남권 수요 감소 4가지 이유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40대 박명수(가명) 씨는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서초구 반포동에 내 집을 마련한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교육환경이 나은 ‘강남학군’에서 교육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눈여겨보던 아파트가 최근 15억 원까지 오르는 바람에 그냥 암사동에 눌러 살기로 했다.

박 씨는 “앞으로 강남 집값이 많이 오를지 알 수 없는데 대출까지 받으며 거금을 들여 집 사기가 겁났다”며 “강남 집 살 돈으로 우리 동네에 신축 아파트를 사서 살면서 남은 돈으로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월세를 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밖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강남 입성’이 줄고 있다. 강남 집값이 올라 진입장벽이 높아졌지만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든 상황에서 강남의 헌 아파트보다 비(非)강남의 새 아파트에서 거주하려는 실수요는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강남권 입성 준다

28일 한국감정원의 ‘매입자 거주지별 주택 매매거래’ 자료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서울 강남 3구의 주택 매매거래 3452건 중 ‘강남 3구 외 지역 거주자’가 차지한 비율은 전체의 44.6%인 1540건이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06년 4월에는 강남 3구 주택 매매거래 2828건 중 55.7%인 1574건이 ‘강남 3구 이외 지역 거주자’ 몫이었다. 비강남인의 강남권 입성이 9년 새 11.1%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강남 3구의 주택 매매거래 중 비(非)강남 거주자가 차지한 비율은 최근 9년간 서초구(―13.8%포인트), 송파구(―13.1%포인트), 강남구(―7%포인트) 순으로 많이 감소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 외의 지역에 사는 고객 중 ‘매물이 나오면 빨리 연락을 달라’며 적극적으로 부탁하는 사람이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며 “주로 강남 주민들끼리 집을 사고파는 편”이라고 말했다.

비강남 주민의 강남 입성이 어려워진 직접적인 이유는 안 그래도 비싼 강남 주택 매매가격이 최근 훌쩍 뛰었기 때문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의 분석이다. 감정원의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강남 3구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지난해 12월 말보다 2.32% 상승했다. 반면 서울의 다른 자치구 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같은 기간 0.8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집값은 올랐지만 집값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강남지역 주택 매매가격이 앞으로 예전만큼 크게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 때문에 강남 아파트를 사서 시세차익을 보려는 투자자는 줄고 자기가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려는 실수요자가 늘었다”고 전했다.

○ 새 아파트 선호로 강남 집착 줄어


주택시장에 투자자보다 실수요자가 늘다 보니 ‘강남 헌 집’보다 ‘비강남 새 집’이 낫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집을 투자 대상이 아닌 거주 수단으로 삼아 새 아파트의 시설 등 주거서비스를 제대로 누리려는 젊은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2014년 주거실태에 따르면 고소득층(경상소득 9·10분위)이 이사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으로 가기 위해서’(전체 답변의 약 24%)였다. 감정원 관계자는 “강남의 새 아파트는 집값이 비싸고 단지 규모가 크지 않아 이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단지 규모가 큰 마포구 등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분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학군 요인 때문에 강남 3구를 찾는 수요를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2013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등이 강남으로 몰리는 교육 수요를 분산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강남에도 고루 분포하는 자사고의 입시 성적이 우수하게 나타나면서 학부모들의 ‘강남학군 집착’이 예전보다 약해졌다는 것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각 지역의 자사고가 괜찮은 입시성적을 보이면서 ‘굳이 강남이 아니어도 애들을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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