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을 사로잡은 ‘우유빙수’ 女대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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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밸류 챔피언 대상’ 장채윤 세븐일레븐 상품기획자

“길거리를 지나다 제가 만든 빙수를 먹고 있는 사람을 보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져요. 연예인이 된 듯한 기분이랄까요?”

가끔 연예인이 된 기분을 경험하는 이 여성은 롯데그룹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상품기획자(MD) 장채윤 대리(29)다. 장 대리를 기분 좋게 하는 빙수는 지난해 4월 세븐일레븐이 자체 기획상품으로 내놓은 ‘우유빙수 설(雪)’이다.

그가 우유빙수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건 2013년 10월, 대리도 아닌 입사 3년 차 사원이던 때였다. 장 대리는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 파는 빙수는 얼음을 꽝꽝 얼려 만든, 등장한 지 20년도 넘은 제품이란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 “‘많은 사람이 이미 디저트 카페에서 얼린 우유를 갈아 만든 빙수를 즐기고 있는데 왜 편의점에서는 안 팔까’라고 생각했죠.”

그는 곧바로 제품화 아이디어를 냈다.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다. 개발 제안을 받은 롯데푸드도 신출내기 사원의 제안이 영 미덥지 않았다. 게다가 우유빙수를 만들려면 따로 설비 투자도 해야 했다.

하지만 장 대리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담당자를 쫓아다니며 무려 40여 차례나 회의를 했다. 그의 끈기와 의지는 지난해 여름 시즌(5∼8월) 세븐일레븐 아이스크림 부문 매출 1위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올해 롯데그룹이 혁신적 아이디어로 성과를 낸 직원(또는 팀)에게 수여하는 ‘밸류 챔피언’ 대상을 받았다. 이 상이 생긴 2011년 이후 여성 사원 개인이 대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역대 수상자 중 직급도 장 대리가 가장 낮다. 그동안은 모두 팀장급 이상이 대상을 받았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장 대리의 모습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여성 인재의 표본’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시상식 후 장 대리와 식사를 함께했다. 당시 식사 자리에는 이인원 부회장,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등 그룹 수뇌부가 함께 참석했다.

신 회장은 식사 자리에서 장 대리에게 “또 새로운 아이디어 있나요”라고 물으며 격려했다. 아울러 “세븐일레븐에 여성 MD가 몇 명이나 되나요” “여성 임원이 있다면 일하기 편할 것 같은가요”란 질문을 던졌다. 장 대리는 “여성 MD는 전체의 30% 정도 되며, 여성 임원이 있다면 편하기도 하고 동기 부여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신 회장은 “그룹 인재 육성 전략의 핵심은 여성 인재에 있다”며 “여성 인재를 키우기 위해 근로 여건과 복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세븐일레븐에는 여성 임원은 물론이고 여성 팀장도 아직 없다. 그래서 장 대리의 1차 목표는 팀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유빙수처럼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장 대리는 지난달 아이스크림 담당에서 냉장음료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이미 아이디어가 한가득이다.

“요즘 (생과일을 짜서 만든) 착즙 주스가 인기잖아요. 근데 너무 비싸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착즙 주스를 만들면 어떨까요.”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세븐일레븐#롯데그룹#밸류 챔피언#우유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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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밸류 챔피언’ 대상을 수상한 장채윤 세븐일레븐 대리가 자신의 아이디어로 세상에 나온 우유빙수 제품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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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 관련 자료사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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댜앙한 빙수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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