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改惡에 논평만 하고 있을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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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안의 여야 합의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해서 당초 약속한 처리 시한을 지킨 점은 의미가 있지만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명목소득 대체율을 50%로 올리기로 한 데 대해서도 “국민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먼저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마치 담임선생님이 학생 점수 매기듯이 지적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재정 절감 효과가 미미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 보험료를 두 배로 올려야만 지급 가능한 ‘소득대체율 50%’ 안에 합의하는 바람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나온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장기적 통합이라는 당초 목표에는 아예 근접하지도 못했다. 이런 개악(改惡)에 박 대통령은 남의 일 이야기하듯 논평과 지적만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에서 돌아온 뒤 건강 문제로 일주일간 휴식을 취하다 어제 처음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없는 사이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가진 공무원연금 대책회의에서 “강한 재정 절감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뜻을 전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중남미 순방 전에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나거나, 외국에 나가서라도 전화를 하든지 해서 ‘물러설 수 없는 원칙과 방향’을 분명히 밝혔어야 했다. 그런 노력 없이 ‘합의 시한’에 매달린 여당 지도부가 야당과 야합하다시피 합의한 내용을 놓고 박 대통령이 뒤늦게 ‘논평 정치’를 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어제 “국민을 대신하는 정치인들이 국민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대권을 노리는 여야 대표들이 대권 행보 차원에서 ‘짝퉁 개혁안’에 합의했다는 소리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다음 선거의 표를 위해 포퓰리즘 정책을 펴는 데 이골이 나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이어 유승민 원내대표까지 비박(비박근혜)이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성완종 메모’에 등장한 이후로는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무시하고 여야 협상을 주도하는 ‘역(逆)불통’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쪽에서 오히려 당청 협의를 제대로 안 한다는 불만을 새누리당에 제기할 정도라고 한다. 그럴수록 박 대통령은 전체 국민을 대변해 여야 의원들과 공무원들을 설득하면서 공감대를 넓히는 광폭 정치를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부실 개혁에 따른 민심의 이반을 과연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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