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위협하는, 中 카피캣의 진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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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제 샤오미가 23일(현지 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새 스마트폰 ‘Mi(미)4i’ 출시 행사를 가졌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왼쪽)과 휴고 바라 부회장(오른쪽)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샤오미 홈페이지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제 샤오미가 23일(현지 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새 스마트폰 ‘Mi(미)4i’ 출시 행사를 가졌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왼쪽)과 휴고 바라 부회장(오른쪽)이 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샤오미 홈페이지
‘i DISAGREES.’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제 샤오미가 23일(현지 시간)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새 스마트폰 ‘Mi(미)4i’ 출시 행사를 가졌다. 샤오미는 행사 직전까지 외관이나 성능, 가격에 대해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티저 광고(주요 내용을 일부러 가려 소비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광고)를 올린 것이 전부였다. ‘깜짝쇼’였다.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샤오미가 티저 광고에 남긴 한 문장에 주목했다. 샤오미가 ‘동의하지 않는다(DISAGREES)’라는 단어 앞에 소문자 ‘i’를 붙였기 때문이다. 샤오미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대 경쟁자로 꼽는 애플 아이폰(iPhone) 제품 역시 ‘i’로 시작된다. ICT 업계는 “샤오미가 애플을 정면으로 겨냥했다”고 해석했다.

○ 카피캣 오명 씻고 도약

2010년 6월 창립한 샤오미는 ‘애플의 카피캣(모방꾼·독창적이지 않고 남을 흉내 내 만든 제품이나 기업을 비하하는 용어)’으로 불렸다. 샤오미의 제품은 물론이고,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이 청바지와 검정 상의를 즐겨 입자 애플의 스티브 잡스 패션을 따라한다는 조롱을 받았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들은 “애플의 최대 라이벌 샤오미가 인상 깊은 새 스마트폰을 공개했다”는 제목으로 샤오미의 인도 뉴델리 신제품 공개 행사를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새로운 발상과 신기술로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집는 ‘시장 파괴자(disrupter)’로 샤오미를 꼽았다.

국내 ICT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샤오미는 이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스마트폰 제조회사가 됐다”라며 “샤오미가 애플의 흔적을 씻고 ‘샤오미’ 자체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는 행사 직전까지 신제품에 대한 어떤 정보도 밝히지 않았지만 관심은 충분히 모았다. 행사가 열린 뉴델리 시내 시리포트 공연장의 최대 수용 인원은 1800명. 그러나 행사 참가 신청자는 그 4배에 가까운 7000여 명이었다.

○ ‘오리지널’ 인수로 경쟁력 확보

중국 ICT 업체의 ‘카피캣 탈출’ 사례는 또 있다. 최근 중국 ‘나인봇’은 미국의 ‘세그웨이’를 인수했다. 나인봇은 3년 차, 세그웨이는 15년 차 기업이다. 두 곳 모두 서서 타는 전동차를 개발하는 회사다. 중국 로봇 공학도들이 모여 설립한 나인봇은 ‘짝퉁 세그웨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10년 넘게 서서 타는 전동차 관련 특허를 쌓아오며 시장을 개척한 원조 세그웨이를 따라하는 데만 그쳤다는 것이다. 실제 8개월 전 세그웨이는 나인봇이 자신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인봇은 투자를 받아 세그웨이를 인수해 카피캣이라는 오명을 벗었다. 이로써 나인봇은 세그웨이 제품 소유권과 400여 개 핵심특허, 생산라인, 유통망을 확보하게 됐다. 중국 제품은 시장 선도업체의 제품을 베껴 가격 경쟁력으로만 승부하는 곳이란 비난을 피한 사건인 셈이다. 나인봇 측은 “두 브랜드 모두 보전할 것이며, 친환경적 미래 교통수단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ICT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피캣이라고 평가받았던 이들이 원조를 위협하는 주요 경쟁자로 성장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오리지널이 되겠다는 중국 카피캣의 꿈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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