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2일 만에… 野이어 여권서도 사퇴론 거세자 ‘백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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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사의 표명]
대통령 해외순방으로 자리비운새… 국정총괄 총리 사의 ‘초유의 사태’
당청, 후임총리 인선 고심 커질듯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휘말린 이완구 국무총리가 20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은 여권 내에서 불거진 조기 자진 사퇴론과 맞물려 더이상 국정에 부담을 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선 이 총리가 박 대통령이 남미 순방을 마치고 27일 귀국하기 전까지는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사퇴 여부를 밝히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이 총리를 둘러싼 여론이 악화되면서 더는 버티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16일 박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독대한 자리에서도 이 총리를 교체해야 한다는 당의 의견이 전달되긴 했지만 교체되더라도 대통령 순방이 마무리된 뒤로 늦춰질 것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야당이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을 언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이 총리를 둘러싼 여론도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 총리가 거취를 먼저 결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총리에게 이런 기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고 김무성 대표와 각을 세워온 친박(친박근혜)계도 김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한 고위 당직자는 “이미 국민의 신뢰가 바닥인 상황에서 이 총리의 거취 표명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21일 국무회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총리의 사퇴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 총리의 사퇴 표명 여부에 대해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국무총리실의 사의 표명 관련 발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가 사퇴 표명을 했지만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마치고 국내로 돌아온 이후 이 총리의 사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김 대표는 이 총리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일주일만 참아달라”며 박 대통령의 귀국 이후 거취 여부를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총리가 사의 표명을 밝힌 이상 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해외 순방 중 이 총리의 사퇴를 수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이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당장 차기 총리 인선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정치 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정치인 출신 총리 카드는 뽑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 현 내각 출신에서 총리 인선을 검토할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안대희, 문창극 총리 후보자 등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이미 한 번 인사청문회를 거친 황 장관 등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개최 일정 등에 대해 협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회동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경 운영위를 소집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주례회동에서 총리 해임건의안 제출 날짜와 운영위 개최 여부를 논의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21일 여야는 주례회동에서 ‘성완종 정국’ 현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완구#사의표명#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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