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국무총리는 애물단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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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정부 형태를 내각제를 가미한 대통령제라고 하는 것은 국무총리 때문이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외에 내각 통할권을 가진 총리를 두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 그렇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제헌국회는 원래 내각제 헌법을 준비했다. 그러나 초대 국회의장으로 미국식 대통령제를 선호하던 이승만이 민주주의의 미성숙 등을 이유로 “나는 그런 헌법 아래서는 어떤 지위에도 임하지 않겠다”며 극구 반대했다. 결국 내각제 설계도가 갑자기 대통령제 설계도로 바뀌면서 대통령제의 대통령과 부통령, 내각제의 총리가 혼재하게 된다.

▷총리직은 1954년 개헌으로 사라졌다가 제2공화국 때 내각제로 전환하면서 부활한다. 이때 부통령직은 없앴다. 5·16군사정변으로 들어선 제3공화국이 다시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지금과 같은 대통령과 총리의 형태가 정립된다. 총리는 국회의 임명 동의를 전제로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양쪽 모두의 신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분도, 역할도 어정쩡하다. 그런 줄타기 속에서 박정희 대통령 때의 정일권은 6년 7개월(2416일)이라는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운다. 장면 백두진 김종필 고건은 두 번씩 총리를 지냈다.

▷대한민국 초대 총리 후보 이윤영이 국회의 승인을 못 받아 낙마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2명의 총리 후보가 낙마했다. 2000년 인사청문회 도입 이후 낙마한 총리 후보가 6명이고 그중 절반인 3명이 박근혜 정부 때다. 더구나 현 정부의 첫 총리인 정홍원은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유임 총리’로 각인된 것 말고는 별 존재감이 없었다. 두 번째 총리인 이완구는 지금 비리 의혹에 휩싸여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역대 총리 가운데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사람은 6대 총리 허정으로 65일이다. 윤보선 대통령 때의 혼란기 시절이다. 이완구 총리는 오늘로 재임 63일째다. 총리 재임 기간 최단 기록 갱신 여부도 관심사다. 이래저래 지지리도 총리 복(福)이 없는 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인사권자인 대통령 본인의 책임도 크거늘….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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