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참모들도 “총리 즉각 교체해야” 朴대통령에 강력건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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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게이트/긴박한 당청]
朴대통령-김무성 독대 막전막후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16일 만남은 전격적으로 이뤄진 만큼 그 막전막후도 긴박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김 대표에게 ‘독대’를 청한 박 대통령에게도, ‘차떼기 악몽’을 떠올릴 정도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새누리당 김 대표에게도 절박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 청와대 일각 “지금 바로 교체해야” 강경론도

청와대 참모들은 박 대통령에게 출국 전 ‘성완종 파문’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여당에 협조를 당부하는 회동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이를 수용해 독대가 성사된 것.

이날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의 만남을 앞두고 예정에 없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도 참모진의 우려를 직접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선 “출국 전에 이 총리 거취를 정리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왔다는 후문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이 총리의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박 대통령에게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남미 순방 기간에도 국내에 남아 있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여론 추이 등을 수시로 보고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독대 직후 의원총회 소집하려던 與


김 대표는 16일 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마친 직후 곧바로 의원총회를 소집하려고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과의 회동 내용을 직접 소속 의원들에게 설명하려 했던 것. 당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총리 자진 사퇴’ ‘선제적 특검 도입’ 주장이 나왔던 만큼 청와대 회동 내용을 직접 보고하고 갈등의 불씨를 제거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는 국회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 회의가 진행 중이어서 별도의 의총 소집이 어려웠다. 결국 김 대표가 직접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회동 내용을 브리핑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기자들에게 브리핑하기 직전 김 대표는 일부 핵심 당직자만 모인 자리에서 “당내 여론을 (대통령에게) 다 전했다”며 “대통령 발언에 섣불리 해석을 달지 말라. 언론이 해석하게 두라”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순방 직후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발언을 언론이 총리 사퇴로 분석하도록 여지를 남긴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순방을 가는 마당에 2인자 총리에 대한 결정을 바로 내릴 순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미 가닥은 잡힌 것 같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만나 ‘정치 개혁’ 의지를 밝히며 여권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한 듯 17일 4·29 재·보선 지원 유세차 인천을 찾은 자리에서 “성완종 리스트로 시작된 우리 대한민국 정치계의 부정부패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이것은 박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 3년 차 당청관계 새 국면?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서 김 대표와 긴급 단독 회동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집권 3년 차 당청 관계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지난해 당권을 잡은 이후 당청 관계는 원활하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김 대표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개헌론 봇물’ 발언을 한 뒤 당청 관계가 급랭했다.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대표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두 사람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체제에선 김 대표에 대한 견제가 심했다는 게 김 대표 측 전언이다.

하지만 ‘성완종 리스트’에 이 총리와 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이름이 줄줄이 오르면서 박 대통령도 여당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정윤회 문건’ 파동에 이어 올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물러났고 성완종 리스트 사건까지 터져 박 대통령이 믿고 의지할 곳은 당밖에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현수 기자 soof@donga.com
#박근혜#김무성#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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