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텃밭은 옛말” “정동영은 나그네” “노선 지켜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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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재보선 D-28 서울 관악을 뜨거운 3파전

오신환 “시원하시죠” 4·29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오른쪽)가 31일 이 지역 경로당을 방문해 한 어르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미소 짓고 있다.
오신환 “시원하시죠” 4·29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오른쪽)가 31일 이 지역 경로당을 방문해 한 어르신의 어깨를 주무르며 미소 짓고 있다.
“27년 동안 야당만 찍었는데 주민들은 배신당했다. 이제 ‘미워도 다시 한 번’은 안 통한다.”(난곡동 주민 김배곤 씨·77)

“정동영 전 의원은 출마해 봤자 좋은 소리 못 듣는다. 국민들은 (2004년 3월) ‘노인 폄훼’ 발언을 절대 잊지 않는다.”(택시기사 신모 씨·62)

“정태호, 오신환 후보가 누군지 잘 모르겠다. 투표에 관심 없다.”(직장인 박영애 씨·33)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정동영 전 의원이 지난달 30일 전격 출마를 선언한 4·29 재·보궐선거 서울 관악을 주민들의 생각은 제각각이었다. 민심은 요동치는 듯했다. 관악을은 ‘4번 탈당하고 4번 지역구를 옮긴’ 정 전 의원과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 야권 텃밭의 한계를 넘어야 하는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 등 사실상 3파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 “고시촌 경제 살리겠다” 외치는 오신환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31일 오전 11시 난곡동 구립법원경로당을 방문하자 노인들은 “당선권에 들어왔는데 뭘 이렇게 열심히 돌아다니냐” “새신랑 같다”며 반겼다. 노인들은 “관악을 지역이 야권의 텃밭이라는 말은 옛말”이라고 말했다. 오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을 찍고 난 뒤 외부에서 ‘어떻게 그런 후보를 찍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어르신을 중심으로 지역 여론이 달라졌더라”라고 전했다.

오 후보는 44세의 ‘젊은 후보’지만 오히려 20, 30대의 지지는 약하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새누리당 소속이라고 명함을 줄 때 싸늘한 반응이 많다”며 “서민이 몰려 사는 관악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맞춤형 공약으로 진정성 있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20, 30대 표심을 잡고 고시촌 등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사법시험 존치’ 공약도 내걸었다.

오 후보는 결국 자신과 대선후보를 지낸 정 전 의원의 1 대 1 구도를 예상했다. 그는 “정태호 후보는 인지도가 약하다”면서 “정 전 의원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를 하는데 관악 주민의 민생이 뭐가 중요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정태호 “기호 2번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31일 서울 관악구 난향 노인정을 방문해 노인의 손을 맞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정태호 “기호 2번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가 31일 서울 관악구 난향 노인정을 방문해 노인의 손을 맞잡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야-야’ 내전 치르는 정태호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하는데 어떡해요?”

31일 오전 8시 서울 관악구 난곡주유소 앞 사거리. 한 50대 남성 유권자가 선거 피켓을 들고 인사하는 새정치연합 정태호 후보를 향해 이렇게 물었다. 정 후보는 “주민들이 심판하셔야죠”라고 말했지만 이 유권자는 “(정 전 의원에 대한) 여론이 안 좋지만 그래도 (정 후보에게) 불리하니까…”라며 아쉬워했다.

순항하던 정 후보는 ‘정동영 변수’ 때문에 어려운 처지에 빠졌다. 그럼에도 정 후보는 “관악을이 격전지가 된 만큼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 인물이 되지 않았느냐”며 “정 전 의원을 꺾으면 대선후보급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정 후보는 1982년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이 지역에서 살았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풍부한 국정 경험을 강조할 계획이다. 그는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 만큼 바로 일할 수 있는 후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전 의원에 대해선 “관악 주민은 정치의식이 높다”며 “(정 전 의원은) 흘러가는 나그네이자 또 떠날 사람인 만큼 상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철새 아니다” 국민모임 정동영 전 의원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출마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동영 “철새 아니다” 국민모임 정동영 전 의원이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출마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 강화” 정동영

신원시장 상인 김모 씨(48)는 “정동영 씨가 후보 중에 제일 경험이 많고 유능한 것 아니냐”며 “(선거) 분위기를 좀 봐야겠다”고 말했다. 2007년 대선후보를 지낸 ‘정동영’의 무게감을 무시하지 못한다는 분위기다.

정 전 의원은 이날 뒤늦게 예비후보 등록과 선거사무실 마련 등 준비를 하느라 지역에 오지 못했다. 그 대신 그는 “정치인에게 철새라는 딱지는 정치 노선을 갖고 얘기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출마한 건 야권 분열이 아니라 야권 강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권 분열이라고 비판한) 문재인 대표는 저에게 할 말이 없다”며 “선거 운동 기간에 할 얘기가 있을 것”이라고 친노(친노무현) 진영과의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정 전 의원은 또 “참여정부 시절 노동자가 가장 많이 잘리고, 목숨을 잃었다”며 “(문 대표가) 그걸 먼저 반성해야 하는데 지금 중도화를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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