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인터넷 태풍’ 올라탄 샤오미, 기술 부재로 시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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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샤오미의 성공 비결과 약점

지난해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기업은 중국의 샤오미다. 2010년 2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샤오미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450억 달러로 4년 만에 200배 가까이 폭등했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2011년 30만 대에서 지난해 6112만 대로 200배 이상 급증해 세계 3위 자리를 꿰찼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샤오미는 지난해 11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일각에서는 샤오미의 성공에 대해 ‘기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샤오미의 최고경영자(CEO) 레이쥔(雷軍)이 인터넷에 대한 독특한 철학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샤오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 창장(長江)상학원(CKSGB)의 텅빈성(騰斌聖) 교수와 양구촨(楊谷川) 연구원이 샤오미의 성공 비결과 약점을 분석해 DBR(동아비즈니스리뷰) 173호에 게재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샤오미의 성공 비결

훗날 IT 사관학교로 성장한 ‘킹소프트’란 회사를 운영하면서 레이쥔은 인터넷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 반년이 넘는 고민을 통해 레이쥔은 인터넷을 일종의 개념이나 방법론이라고 정의내리고 인터넷의 요체를 네 가지 개념으로 정리했다. 집중, 극치, 속도, 입소문이 그것이다. 그리고 레위쥔은 이를 휴대전화 사업에 그대로 적용했다.

레이쥔은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사람들에게 준 첫 번째 영감이 바로 집중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기업들이 여러 개의 제품으로 승부하는 동안에도 애플은 달랐다는 점을 포착했다. 애플은 첫 아이폰을 선보인 이후 2012년 5월까지 매년 하나의 아이폰만을 선보였다. 레이쥔은 “제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왠지 모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이 휴대전화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휴대전화라고 믿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100개의 제품을 내놓게 되며 자신이 있으면 하나만 선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휴대전화를 만들 때 ‘단순함의 미학’을 따랐다. 우리는 하나의 휴대전화만을 만들며 이름도 하나다. 바로 ‘샤오미폰’이다”라고 말했다. 샤오미도 애플처럼 매년 한두 개의 모델만 선보였다.

극치는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를 이른다. 샤오미의 극치는 주로 하드웨어 제원에서 드러난다. 샤오미의 휴대전화 ‘Mi1’ 개발에 착수했을 때 1.5G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퀄컴·샤프·삼성·LG의 부품을 사용하는 등 당시 최고의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레이쥔은 “샤오미폰이 판매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같은 제원의 휴대전화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천하의 무공 중 빠른 것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믿는 레이쥔은 빠름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샤오미의 속도는 ‘빠른 반응, 빠른 교체, 빠른 수정’으로 나타난다. 샤오미는 사용자들의 의견을 재빨리 수집해 매주 MIUI 베타버전을 휴대전화 마니아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마니아들이 의견을 주면 샤오미가 다시 그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을 내놓는 식이다. 그는 “빠른 것이 곧 힘이고, 속도가 느려지는 순간 모든 문제가 드러난다”고 말했다.

입소문은 사용자의 기대치를 뛰어넘으려는 것이다. 레이쥔은 창업 초기 외부 인사들에게 제품에 대한 보안을 유지했으며 직원들에게 최대한 조용히 움직이도록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첫 제품이 나왔을 때 우리는 여러 포럼에 글을 남겼다. 그 후에는 입소문을 타고 (우리 제품에 대한 소개가) 전 세계로 퍼져 20여 개 언어로 번역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람들은 애초 우리 제품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품이 출시된 후 기대치를 뛰어넘는 만족감을 주자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만약 기대치가 높았다면 이 제품이 좋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샤오미의 쑹타오(宋濤) 회장 비서는 “집중, 극치, 빠른 속도를 모두 잘하면, 즉 진정으로 제품을 잘 만들고 사용자에게 만족스러운 체험을 선사하면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탈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비즈니스의 본질로 회귀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 샤오미의 근심


순식간에 IT 업계의 별로 떠올랐지만 짧은 시간에 성장한 만큼 근심도 크다. 샤오미의 많은 경쟁자들이 알게 모르게 샤오미의 모델을 벤치마킹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브랜드가 가격 인하에 뛰어들었고 인터넷 플랫폼과 ‘팬덤 모델’을 결합해 브랜드 전파력을 향상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 쿨패드, 레노버, TCL 등의 경쟁자들은 샤오미와 비슷한 전략을 추진하며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핵심 경쟁력의 상대적인 부재도 샤오미의 아킬레스건이다. 2014년까지도 샤오미의 주 수익원은 여전히 샤오미폰이다. 단일 제품에서 수익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가 뚜렷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샤오미폰의 CPU나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의 대부분을 다른 기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 삼성, 심지어 화웨이, ZTE, 레노버와 비교해도 핵심 기술 축적이 부족한 편이다.

이 외에 샤오미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 부족일 것이다. 샤오미는 지금까지 ‘가격 대비 성능’을 내세우며 판매량을 늘려 왔다. 이 전략을 유지하려면 최대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부품 공급 업체 가운데 가격 대비 성능이 가장 우수한 회사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은 샤오미보다 강한 협상력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샤오미는 시장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는데 이는 공급업체에 대한 교섭력이 부족한 탓도 있다. 샤오미는 애플처럼 공급업체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갖추지 못했다. 또 삼성처럼 완전한 자급자족을 가능케 하는 부품 생산 역량도 없다. 오랫동안 통신 영역에서 일해 온 화웨이와 ZTE, 혹은 지능형 전자기기 영역을 일궈 온 레노버와 비교해도 부품 공급업체에 대한 통제력이 매우 취약하다.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는 샤오미와 레이쥔에게 중국 시장이 최종 목표는 아니다. 사업 영역도 휴대전화가 전부는 아니다. 이들의 전략적 목표에는 스마트 생태계 구축이 포함돼 있다. 또 스마트폰과 스마트 가정생활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인터넷 TV 셋톱박스와 스마트TV 등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텅 교수는 “빠른 속도로 새로운 영역에 앞다퉈 진출하고 있지만 새 영역에서 열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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