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메탈 입은 폰, 우주선 소재 쓴 노트북… “대세가 될거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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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전자기기 소재 전쟁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갤럭시S6 퍼스트룩’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갤럭시S6 엣지’를 살펴보고 있다(위 쪽 사진).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에서 열린 PC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모델들이 초경량 노트북 ‘그램14’를 손끝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가운데 사진). 경량화 소재 ‘세리보’를 적용한 니콘의 ‘D5500’(아래 사진).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LG전자, 니콘 제공
24일 서울 중구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갤럭시S6 퍼스트룩’ 행사에서 관람객들이 ‘갤럭시S6 엣지’를 살펴보고 있다(위 쪽 사진). 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LG트윈타워에서 열린 PC 신제품 발표 행사에서 모델들이 초경량 노트북 ‘그램14’를 손끝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가운데 사진). 경량화 소재 ‘세리보’를 적용한 니콘의 ‘D5500’(아래 사진).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LG전자, 니콘 제공
삼성전자가 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한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는 디자인부터 전작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기가 흐르면서도 견고한 느낌을 줘 지금까지 내놨던 제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이런 디자인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소재의 변화다. 갤럭시S6 및 S6엣지에는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외관용 소재로 플라스틱 대신 강화유리와 메탈(금속)이 쓰였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비용은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비싸지만 오로지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목표로 소재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비유하자면 전자기기에 보다 비싼 ‘옷’을 입힌 셈이다. 이런 전자기기용 소재 시장에서는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돌보다 단단한 유리, 45년 만에 빛보다

갤럭시S6 및 S6엣지의 앞뒷면을 둘러싼 소재는 미국 코닝사의 ‘고릴라글라스’라는 강화유리다. 이 소재의 역사는 무려 53년 전인 196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코닝은 이때 ‘머슬(근육)’이라는 코드명의 프로젝트를 통해 세상에 없던 특별한 유리를 선보였다. ‘유리는 잘 깨진다’는 통념을 깬 것이다. 흠집도 쉽게 생기지 않으면서 얇다. 코닝은 이 유리에 ‘켐코(Chemcor)’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켐코는 주요 시장이라고 생각했던 안경에 쓰기에는 오히려 위험했다. 깨지는 순간 강력한 흉기로 돌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용으로는 너무 비쌌다. 결국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한 채 1971년 생산이 중단됐다.

켐코가 빛을 본 건 2007년에 이르러서다. 이해 2월, 당시 코닝사의 최고경영자(CEO) 웬들 위크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1.3mm 두께의 강화유리를 수백만 장 만들 수 있소? 6개월 안에.” 그는 아이폰을 준비하던 당시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였다. 위크스는 “해 보겠다”고 했고, 켐코는 그렇게 고릴라글라스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아이폰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0개 제조사의 1359종, 약 30억 대의 휴대용 전자기기에 고릴라글라스가 쓰이고 있다.

S6 및 S6엣지에 쓰인 강화유리는 올해 판매를 시작한 ‘고릴라글라스4’다. 아이폰6에 쓰인 ‘고릴라글라스3’(2013년 출시)보다 강도가 두 배 높지만 두께는 0.7mm로 25% 얇아졌다. 코닝은 지난해 말 고릴라글라스4를 공개하며 “1m 높이에서 바닥에 떨어뜨려도 80%는 멀쩡했다”는 내구성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모스경도(활석부터 다이아몬드까지 10단계로 광물의 경도를 분류한 표준)로 따지면 7, 8은 족히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닝과 삼성은 1995년 합작사 삼성코닝정밀소재(현 코닝정밀소재)를 설립한 적이 있다. 2014년 초 합작사는 코닝이 인수하며 정리됐지만 여전히 삼성전자가 코닝의 지분(7.4%)을 보유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코닝의 고릴라글라스에 전적으로 의존하기에 애플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애플은 이 때문에 미국 소재 기업 시놉시스를 통해 공급받는 ‘사파이어글라스’ 적용을 늘려갈 계획이다. 사파이어글라스는 모스경도 9인 보석 사파이어로 만들어진 유리. 고릴라글라스보다도 더 강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아직까지는 아이폰의 카메라 렌즈에만 쓰이고 있다.

메탈 프레임, 내년엔 전체 스마트폰 절반에 사용

앞뒷면의 유리 사이에 들어간 소재는 메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테두리만 감싸고 있는 것 같지만, 속을 뜯어 보면 마치 스마트폰의 뼈대(프레임)와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던 메탈 소재는 ‘6063알루미늄’이라는 알루미늄 합금이다. 삼성전자는 내구성이 좋은 고릴라글라스4에 걸맞게 좀 더 강한 메탈 소재를 고민했고 비행기나 자동차, 요트 제작에 쓰이는 ‘6013알루미늄’ 합금을 최종 선택했다. 이 알루미늄 합금은 6063알루미늄보다 강도는 1.5배, 긁힘에 대한 내구성은 1.2배 더 강하고, 더 비싸다.

한때 스마트기기 제조 업계에서 메탈 소재는 애플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스마트기기의 ‘미래적인 느낌’을 강조하고자 했던 애플이 처음부터 메탈 소재를 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플라스틱을 썼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케이스를 쓰던 샤오미 HTC ZTE 화웨이 등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이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메탈 소재를 쓰기 시작하면서 판도는 뒤집어졌다. 마침내 삼성전자마저 지난해 메탈 소재를 채택한 ‘갤럭시알파’ ‘갤럭시노트4’를 출시하면서 대세로 자리잡았다.

코닝이 독점하다시피 한 강화유리와 달리 메탈 소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주로 대만 기업들이 생산을 주도하고 있다. 대만 최대 재벌인 훙하이그룹의 자회사 폭스콘이 한 달에 1000만 대 치가 넘는 메탈 프레임을 찍어낸다. 이 외에도 페가트론, 케이스텍 등 대만 기업들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애플 협력사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핵심 협력업체에 소재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 타이응우옌 성에 위치한 ‘베트남2공장’에 약 1조4000억 원을 투자해 자체 메탈 프레임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

세계 최대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메탈 프레임을 전격 도입하면서 내년 스마트폰 예상 출하량 15억 대 중 절반 이상인 7억8000만 대가 메탈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업계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메탈 프레임은 쇠붙이의 특성상 전파에 민감하다. 이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안테나 문제다. 애플 역시 ‘안테나 게이트’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초음파 용접’으로 해결했다. 안테나를 메탈 프레임에 아예 붙여서 프레임 자체를 안테나처럼 쓰는 방식이다.

노트북, 카메라도 ‘소재 전쟁’

휴대전화 시장 외에도 전자기기 소재에 대한 고민은 치열하다.

LG전자가 올해 1월 14일 선보인 초경량 노트북 ‘그램14’는 전작인 ‘그램13’(13인치)에 비해 화면 크기가 14인치로 1인치 커졌다. 하지만 무게는 980g으로 같다. ‘가벼움’ 덕분에 시판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아 2만 대가 넘게 팔려 나갔다. 비결은 소재의 차이에 있다. LG전자는 그램13의 소재였던 마그네슘에다 리튬과 탄소를 섞은 마그네슘 합금을 썼다. 덮개와 키보드에는 자동차 휠에 주로 쓰이는 카본마그네슘이, 바닥에는 항공우주 소재인 리튬마그네슘이 각각 쓰였다. 이 소재들이 노트북에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니콘이 최근 공개한 고급형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 ‘D5500’ 몸체 소재로는 고탄성 탄소섬유 복합 신소재인 ‘세리보(Sereebo)’가 사용됐다. 이 제품의 무게는 420g으로, 같은 사양의 이전 모델보다 60g 가볍다. 니콘 관계자는 “카메라의 경우 손에 들고 찍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세한 무게 차이도 사용성을 크게 좌우한다”며 “이 때문에 조금이라도 가벼운 소재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희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전자기기들은 소비자 측면에서 볼 때 기업들 간 하드웨어 차이가 별로 없다”며 “이 가운데 소재는 기존 제품 성능을 개선하거나 첨단 제품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재가 디자인 끌어올려… 고급 원단 쓴 옷 같아”▼

갤S6 퍼스트룩 쇼 진행한 디자이너들


“고급스럽고 예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6와 S6엣지를 처음 접한 일반 소비자들은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혹자는 “지금 쓰고 있는 갤럭시S5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다”는 반응도 내놓았다. 그렇다면 미(美)를 업(業)으로 삼는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볼까? 동아일보는 ‘2015 서울패션위크’가 진행된 이번 주 삼성전자와 함께 ‘갤럭시S6 퍼스트룩(First Look)’ 쇼를 진행한 디자이너들에게 물어봤다.

이번 쇼에서 ‘강렬한 블랙’을 테마로 무대를 꾸민 이주영 디자이너는 “옷으로 비유하자면 원단이 대폭 고급스러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소재의 차이가 디자인을 완전히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그는 “국산 기기들이 성능이 뛰어나지만 디자인 면에선 항상 조금 뒤처진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갤럭시S6는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깬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혁 디자이너는 ‘단순하지만 정교한 화이트’라는 테마로 무대를 꾸몄다. 그는 “잘 만든 하나의 금속 기계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크리스털(수정)과 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도 말했다.

두 디자이너 모두 카메라 기능에 대해선 상당히 좋은 평가를 내놨다. 한 씨는 “디자이너들에게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은 중요한 선택 지표”라며 “갤럭시S6의 카메라는 정확히 원단의 색감을 표현해낸다”고 말했다. 이 씨도 “디테일을 잘 살려낸다”며 후한 점수를 줬다.

디스플레이에 대해서도 “전작보다 훨씬 선명하고 쾌적한 느낌을 준다”고 평가했다. 각자 쇼를 진행한 테마처럼 이 씨는 블랙을, 한 씨는 화이트 모델의 갤럭시S6를 가장 예쁘다고 답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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