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개 숙인 중국 경제… 韓中 FTA만 믿고있을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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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그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 경제성장률 목표를 7%로 발표했다. 지난해 성장률 목표는 7.5%였으나 7.4%에 그쳤다. 중국이 성장률 목표에 미달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올해 목표를 7%에 턱걸이하듯 올려놓은 것은 7%대를 놓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 흔적으로 보인다. 11년 만에 가장 낮아진 수준이지만 목표 달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을 6.8%로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수출 중심의 고속 성장 시대를 끝내고 내수 중심의 중저속 성장 시대로 이행 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인하하는 것을 보면 정부 계획대로 중저속 성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고성장을 부추겨도 고성장이 되지 않는 하향 추세인 것이 틀림없다.

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은 중국 성장세 둔화 탓에 0.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약 25%에 이른다. 경제성장률도 중국을 따라 움직일 만큼 ‘경제 동조화’가 심하다. 중국 여건이 악화되면 수출 중심인 한국의 올 성장률은 3%대 초반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 올 하반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기대를 갖게 하지만 덜 주고 덜 받는 중급 수준의 협정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과 체결한 FTA 품목에는 자동차 석유화학 2차전지 등 우리나라의 주력 제품이 빠져 있고, 중국의 서비스 및 환경산업 개방도 기대에 못 미친다. 반쪽의 한중 FTA를 온전한 한중 FTA로 심화시켜 더 넓은 교역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의 고성장이 끝났음이 확인된 이상 다른 신흥 시장으로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세계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6월 내놓은 전망치보다 더 높게 잡은 국가는 미국 외에는 인도밖에 없다. ‘시장 중시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인도를 비롯해 경제의 활력이 옮아가는 곳을 기민하게 포착하는 등 전략적 대응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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