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품체조, 부상 위험에 대폭 수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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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국민체조로 대통령이 시연까지 했는데…
문체부, 전문가 통해 효과 검증… 21개 동작 중 3개 빼고 11개 고쳐
2014년 2억 들인 코리아체조 돌연 대체… 제안 한달만에 보급결정 과정 논란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자 200여 명과 함께 늘품체조를 시연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자 200여 명과 함께 늘품체조를 시연하고 있다. 동아일보DB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시연한 늘품건강체조(늘품체조)가 부상 위험으로 대폭 수정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문화가 있는 날’인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 생활체육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은 운동복을 입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준비한 이 체조를 선보였다. 이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고, 문체부는 예산 3억여 원을 투입해 올해 이 체조를 전국에 보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늘품체조는 무리한 동작이 적지 않아 동작이 대폭 수정돼 19일 김종덕 문체부 장관에게 보고될 예정이다. 문체부가 1월 산하기관인 한국스포츠개발원에 의뢰해 체육학, 운동생리학 교수, 에어로빅 전문가 등 8명의 연구진을 구성해 이 체조의 운동 효과 등을 검증한 결과다.

동아일보가 4일 확인한 늘품체조 검증 및 수정 결과에 따르면 이 체조는 기존 21개 동작 중 3개가 빠져 18개 동작으로 축소됐다. 기존 7개 동작은 부상 위험으로, 4개 동작은 운동역학과 연결성의 문제로 수정됐다. 21개 동작 중 14개(66%)가 동작이 빠졌거나 수정된 셈이다.

기존 동작을 보면 첫 동작부터 옆으로 걸으며 목을 돌리고 웨이브춤을 추듯 어깨를 움직이며 다리를 동시에 구른다. 각 동작 시작마다 2개 이상의 근육을 함께 쓰는 복합 동작이 문제가 됐다. 이에 정적 상태에서 부위 운동을 하면서 서서히 스텝을 밟게 수정했다. 검증 보완 작업에 참가한 A대 체육학과 교수는 “늘품체조는 시작 동작부터 복합 동작이 나오는데 이럴 경우 부상을 입기 쉬워 국민보급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체조는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신체의 모든 근육, 관절을 다 활용하고 순환계 운동도 이뤄지도록 만들어져야 하는데 늘품체조는 순환계 중심으로 구성된 것도 한계”라고 말했다.

늘품체조가 국민보급 체조로 채택된 과정도 허술했다. 이 체조는 미스코리아 출신 정모 씨와 아이돌 안무가 등 3인이 만들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20일 문체부에 직접 연락했으며 열흘 뒤 문체부 관계자를 만나 시연회를 가졌다.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11월 26일 ‘문화가 있는 날’에 박 대통령이 시연한 것. ‘검증→국민체조 결정→보급’이란 상식적 절차가 아닌 ‘공개→대통령 시연→보급 결정→검증’ 순으로 거꾸로 추진됐다.

더구나 문체부는 지난해 6∼12월 국민생활체육회, 한국스포츠개발원,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국민건강체조(일명 코리아체조)를 2억 원을 들여 개발 중이었다. 코리아체조 개발 관계자는 “테스트까지 마친 체조가 있는데 왜 갑자기 늘품체조를 도입했는지 모르겠다. 이중으로 예산 낭비”라고 말했다. 코리아체조를 추진했던 체육진흥과장도 올 초 교체됐다.

늘품체조 채택 과정의 문제는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거론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은 “어떻게 일반인이 문체부에 전화를 건 후 불과 한 달 만에 기존에 추진되던 코리아체조를 밀어내고 채택될 수 있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문체부는 “코리아체조가 정적이어서 보다 역동적인 늘품체조를 함께 보급하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늘품체조#국민체조#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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