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졌네, 캡틴 기성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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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2년 전 태극마크 반납을 고민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최강희 전북 감독을 비난하는 듯한 글을 올려 대표팀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분위기를 해쳤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 ‘소통 리더십’의 주장 기성용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대표팀 관계자는 “우리 성용이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2년 전 SNS 사태 이후 그는 더욱 성숙해졌다. 그해 배우 한혜진 씨(34)와의 결혼도 그가 심리적인 안정을 얻는 데 도움을 줬다.

이제 ‘캡틴’ 기성용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그는 요즘 인기 있는 ‘소통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성용이는 이전에는 구자철, 이청용 등 친한 선수들하고만 식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달라졌다. 모든 선수와 어울려 식사를 하고, 후배들의 애로 사항도 들어준다”고 말했다. 남태희는 “성용이 형은 선배든 후배든 잘 챙긴다. 이야기도 잘 들어줘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장난기 많았던 예전 모습도 많이 사라졌다. 대표팀 관계자는 “정말 많이 진지해졌다. 예전에는 철없는 아이였다면 이제는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도 될 만한 선수라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전에 그는 인터뷰를 기피하거나 성의 없는 대답을 하는 선수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동료를 위한 마음 씀씀이도 특별하다. 그가 가장 싫어하는 언론 기사는 ‘기성용의 파트너는 누구’라는 것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성용이는 그런 기사가 나가면 자신과 함께 뛰었던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대표팀의 선수인데 자신을 도와주는 역할만 하는 선수로 전락하는 것을 굉장히 미안해한다”고 말했다.

○ 결승전은 기성용으로 통한다

31일 오후 6시 호주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3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모든 질문이 기성용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30분간 슈틸리케 감독은 먼 곳만 쳐다봤다.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차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린 선수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그는 “이번 대표팀에는 A매치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많다. 그들이 경기장 안팎에서 어려움 없이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는 주장이 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더욱더 그라운드에서 열심히 뛰었다. 그는 “경기장에서 가장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노력을 하다 보니 팀 성적도 좋아지고 내 플레이에도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선배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차)두리 형과 (곽)태휘 형이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해줬다. 형들이 저보다 팀을 위해서 희생했다”고 말했다. ‘주장 기성용’은 이만큼 달라졌다.

시드니=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기성용#주장#아시안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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