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日-요르단 협상 ‘3각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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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인질협상 새 메시지 공개
“맞교환 대상은 日인질과 리샤위”… 거부땐 요르단 조종사 살해 경고
요르단 “조종사 구출이 우선 목표”

일본·요르단 정부와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인질 석방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며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일본인 1명과 요르단 조종사 1명을 인질로 잡고 있는 IS는 29일 아침 인터넷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요르단 감옥에 수감 중인 IS 여성 테러범을 데리고 나올 시한으로 ‘29일 일몰’을 제시했다. 아랍어 문장만 표시된 화면에 영어 음성을 입힌 이 영상 메시지에는 일본인 인질 고토 겐지(後藤健二) 씨가 등장해 “만약 사지다 알 리샤위(IS 여성 테러범)를 이라크 모술 현지 시간으로 29일 목요일 일몰까지 터키 국경에 나와 교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요르단인 조종사 무아스 유세프 알 카사스베흐(중위)는 즉시 살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술은 일본과 6시간의 시차가 있고 모술의 일몰은 오후 5시 30분이어서 IS가 제시한 시한은 29일 오후 11시 30분이다. 요르단에서 터키 국경까지 당일에 가기 위해서는 IS 세력권인 시리아나 이라크를 관통하는 항공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IS가 요르단에 난제를 계속 던지고 있는 것은 사형수 석방보다는 ‘요르단 흔들기’가 목표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IS의 세력범위 확대를 위해 주변국 중 약한 상대를 흔들어 내부 분열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IS의 새 메시지는 IS 여성 테러범 리샤위와 요르단 조종사 카사스베흐 중위를 맞교환하자는 요르단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다. 특히 IS의 영상 메시지는 인질 교환은 고토 씨와 리샤위 간에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해 요르단 조종사가 배제됐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교환 시한을 2시간 반가량 앞둔 오후 9시경 요르단 미디어 담당상은 기자들에게 “모든 사람에게 중요한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몇 시간 후 최신 정보를 밝히겠다고 밝혔다.

요르단 군은 이날 오후 군 대변인 명의로 인터넷에 “조종사가 우리의 우선 사항”이라고 밝혀 리샤위의 교환 대상은 카사스베흐 중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IS는 카사스베흐 중위의 생존 여부를 입증하는 자료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카사스베흐 중위의 생존 및 석방 여부가 이번 인질 사태를 해결할 핵심 관건으로 떠올랐다. 나세르 주데 요르단 외교장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카사스베흐 중위의 구출을 목표로 하는 한편 고토 씨의 해방도 포함해 IS와 교섭하고 있다”면서도 “요르단이 요구하는 조종사의 생존 증거가 없는 상태여서 교섭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카사스베흐 중위가 이미 살해됐다면 요르단은 지극히 어려운 정치적 결단에 내몰릴 수 있다. IS 요구대로 고토 씨와 사형수만 교환하는 방식을 요르단 국민 여론이 용납하지 않겠지만 자국민을 살리려는 일본 정부의 애타는 노력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은 그동안 요르단에 3166억 엔(약 3조 원)을 지원해 왔고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요르단 방문 때도 1억 달러의 차관을 약속했다. 압둘라 2세 국왕도 일본을 11차례나 방문했고 일본 왕실과도 오랜 우호 관계를 맺어 왔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인질 사건과 관련해 “상대국의 동의가 있다면 자위대의 능력을 살려 구출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말해 안보법제 정비에 의욕을 보였다. 그는 또 “테러 위협에 굴복하면 일본인에 대한 또 다른 테러를 초래한다”고 밝혀 이번 사태로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 노선을 수정할 방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IS#일본#요르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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