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장군 거쳐 로펌行…난, 유리천장 깨는 전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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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만에 군복 벗은 이은수 변호사

1991년 회사에서 ‘미스 리’로 불리던 여성은 그해 한국군 최초의 여성 법무관으로 입대한다. “남자들밖에 없는데 잘할 수 있겠냐”는 상관의 걱정이 무색하게 육군 고등검찰부장, 육군본부 법무실장 등 가는 곳마다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군대에서 법무 병과 최초의 여성 장군이 된 이은수 변호사(50·군법무관 9회)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말 군 사법 최고기관인 고등군사법원장을 끝으로 23년여의 군 생활을 마쳤다. 그를 2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법무법인 ‘바른’ 사무실에서 만나 전역 후 첫 인터뷰를 가졌다. 변호사 데뷔 3주차. 아직 ‘…해요’라는 말투가 낯설다는 그에게 새내기 변호사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경북 구미 출신인 그는 4남매 중 맏이였다. 평범한 농사꾼인 아버지는 어려운 형편에도 맏딸을 유일하게 대학까지 보냈다. 이 변호사는 대학 졸업 후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입사했다. 이름 대신 ‘미스 리’라고 부르는 남자 직원들에게 “호칭을 바로 해 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없었다. 직장생활 틈틈이 준비한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하면서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군대에도 그를 ‘이 대위’ 대신 ‘미스 리’로 부르는 상관이 있었다. 막사에 여자 화장실이 없어 집에까지 가야 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40명의 법무관 동기 중 ‘홍일점’이던 그는 법무참모 발령에 물을 먹기도 했다.

“사회에서 남자는 가장으로 인정받지만 여자는 ‘잘려도 그만’이라는 평가를 받죠. 평정이나 보직에서 보이지 않는 벽이 늘 존재했습니다.”

군에서는 장교였지만 집에선 아내이자 어머니였다. 지방에 근무할 땐 매주 토요일 오후 집에 갔다가 월요일 새벽 버스를 타고 복귀했다. 2007년 암 투병 중이던 남편과 사별했을 때 법제과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어 사표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었다. 30년 전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 법학도가 됐다는 이 변호사는 “성범죄에 노출된 여군과 선임병 폭력에 휘둘리는 병사 같은 약자를 위한 소송을 맡고 싶다”면서 “군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군과 민간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자문 활동도 많이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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