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원순, ‘대선용 한 건’ 위해 평양공연할 정명훈 감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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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직하기에 앞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평양공연과 문화계의 표가 필요한 박 시장은 해명 기회나 사실 확인 절차 없이 나보고 11월까지 나가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감사관실의 최근 조사 결과 정 감독을 둘러싼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서울시가 정 감독과의 1년 재계약을 끝낸 것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박 시장은 2012년 신년사에서 서울시향의 평양공연을 경평(서울과 평양 간) 축구의 부활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3년 8월 북한에 평양공연 제안서를 보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로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신을 받았다. 정 감독은 앞서 2011년 9월 평양을 방문해 남북 합동 교향악단의 연주를 정례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북한 조선예술교류협회와 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계획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서울시 감사 결과 정 감독의 개인 일정 때문에 빚어진 서울시향의 티켓 환불 소동과 막내아들 피아노 교사의 채용 특혜, 정 감독 아들과 며느리의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사용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런데도 정 감독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박 전 대표에게서 “야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 시장이 서울시향의 평양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 감독을 감싼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 산하기관이나 단체에 측근이나 선거운동을 도운 사람을 많이 기용해 ‘보은 인사’ ‘코드 인사’라는 빈축을 샀다. 박 시장의 측근인 ‘486 운동권’ 출신 김원이 서울시 정무수석은 5급 별정직 신분으로 고위공무원인 1급에 준하는 특별대우를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차기 대선을 의식한 인사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울시향은 연간 예산 180억 원 가운데 110억 원을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조직이다. 박 시장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 감독에게 합당한 징계와 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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