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18명 ‘초미니 재건축’ 아파트 40채 짓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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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랑구 우성주택 가로주택정비사업 2015년 5월 착공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통해 2016년 6월에 40채짜리 7층 새 아파트로 바뀌는 서울 중랑구 겸재로 10길 우성주택 2개동과 단독주택 3채. 동구씨엠 제공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통해 2016년 6월에 40채짜리 7층 새 아파트로 바뀌는 서울 중랑구 겸재로 10길 우성주택 2개동과 단독주택 3채. 동구씨엠 제공
서울 중랑구 겸재로 10길 우성주택 2개동과 인근 단독주택 3채는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추우면 난방을 해도 한기가 가시지 않는 낡은 주택들이다. 이 주택들은 1년 반쯤 후에는 40채가 들어서는 7층짜리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10월 서울시로부터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우성주택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8일 열린 총회에서 조합원 18명 중 13명이 투표해 만장일치로 동구씨엠건설을 사업자로 선정했다. 조합은 다음 달까지 설계자·시공자를 선정해 5월에는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12일 찾아간 우성주택의 주민들은 자신들도 머지않아 새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우성주택 주민이자 조합 총무이사인 김명자 씨는 “우리끼리 작게 하는 재건축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조합원 부담금도 크지 않아 마음이 가볍다”며 “처음엔 재건축을 내켜하지 않던 어르신들도 만나기만 하면 ‘어떻게 되어 가느냐’고 물어온다”고 말했다.

○ 주민들, 15년 만에 재건축 확정 들떠

우성주택은 인근 지역의 낡은 주택들과 함께 15년 전부터 재개발을 추진해왔지만 지역 주민들 간의 이해가 엇갈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2000년 처음 재개발이 추진됐지만 5개의 추진위원회가 난립하는 등 개발 방향에 대한 주민들 간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조합 설립이 좌절되기도 했다.

우성주택은 2011년에는 자체적으로 재건축을 시도해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뒤 시공사까지 선정했지만 시공사 부도로 사업이 또다시 좌절됐다.

그러다 서울시가 기존 뉴타운 방식의 대규모 재개발 방식의 대안으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2012년 도입했고 올해 7월엔 건축공사비 융자지원, 미분양주택 매입, 사업성 분석 지원 등을 골자로 한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가로주택 정비사업은 도심의 낡은 주택가를 대규모로 재개발·재건축하지 않고 소규모로 개량하는 재건축 사업이다. 도로로 둘러싸인 소규모(1만 m² 이하) 부지 내 노후 주택을 헐고 다시 짓는다는 의미에서 ‘가로(街路)주택 정비사업’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새로 집을 짓자’는 열망이 강한 우성주택 주민들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을 활용해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권진 조합장은 “재건축을 시도하다 실패한 경험도 있어 주택정비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며 “우리끼리 작은 규모로 재건축을 진행하니 조합원 간 의견 대립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 중랑구 이외 서울 4개 지역서 사업 추진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중랑구 면목동 우성주택 이외 동대문구 장안동, 송파구 송파동, 마포구 합정동, 서초구 양재동 소재 노후 주택 주민들이 가로주택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사업 규모가 작고 이해당사자가 적어 조합 설립부터 입주까지 2∼3년이면 충분하다. 기존 대규모 재개발 방식에 비해 사업기간이 짧아 재개발 비용이 적게 들고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부담도 낮을 수밖에 없다.

중소 건설사들의 가로주택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도 큰 편이다. 비록 수익성이 좋지는 않지만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대규모 택지 개발에서 도심 재건축·재개발로 선회한 만큼 가로주택 정비사업에 참여하면 향후 도심 재개발 사업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넓힐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이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려면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높여주기 위한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가로주택 정비사업 건축공사비의 40% 범위 내에서 최고 30억 원을 연 2%의 금리로 융자 지원해 준다. 하지만 건축공사비가 100억∼300억 원인 큰 규모의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서울시 지원금으로는 사업을 추진하기에 부족하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재건축 아파트#서울 중랑구#우성주택#가로주택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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