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重 배부른 파업, 노동개혁 절실한 이유 보여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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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울산공장에서 어제 4시간 동안 파업을 벌였다. 조선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올 들어 9월 말까지 3조2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는데도 노조는 옆에 있는 현대자동차보다 임금이 적다며 붉은 띠를 두르고 나섰다. 현대중 노조원 1만8000명의 두 배가 넘는 4만여 하청업체 직원들이 볼 때 이들의 파업은 ‘배부른 파업’일 뿐이다. 비슷한 일을 해도 임금은 현대중공업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지만 그래도 취직하겠다는 사람들이 줄서는 판이다.

글로벌경제 침체로 회사가 어려운데도 막무가내로 파업하는 현대중 정규직 사원들을 보면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가 607만7000명이다. 근로자 3명 중 1명이 정규직에 비해 임금과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대기업에선 정규직 근로자들이 강성 노조로 똘똘 뭉치니 인력이 필요하면 비정규직을 늘리는 편법을 쓴다. 오죽하면 “비정규직의 적(敵)은 회사가 아니라 정규직 근로자”라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그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며 노동시장 개혁 방침을 밝힌 것은 옳은 방향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올해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세계 86위의 하위권이다. 선진국 경제구조 개혁의 핵심은 노동 유연성이고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않고선 고용률도, 생산성도 높이기 어렵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민주노총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근로조건의 하향 평준화”라고 반발했지만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좌파 정부가 집권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노동 유연성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그러지 않고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려워서다.

야당과 노조의 반발에 최 부총리는 “해고를 쉽게 하기보다 임금체계를 바꾸는 등의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벌써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그래서는 역대 정부마다 노조의 반대에 부닥쳐 오히려 노동시장 경직화를 초래한 실패를 면할 수 없다.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하는 것도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어렵고 고통스러워도 정규직 과보호를 줄이면서 비정규직 대우를 높이는 개혁은 함께 가야 한다.

일본은 1990년대 기득권 집단의 반발에 밀려 아직까지 노동개혁을 못하고 있다. 반면 독일은 2003년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유럽의 병자에서 성장엔진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일본을 따라갈지 독일을 따라갈지 기로에 섰다. 돈을 푸는 재정확장 정책이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노동개혁 문제야말로 최 부총리의 직(職)을 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대중공업#파업#노동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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