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세 ‘영국판 신들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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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유대인 어린이 669명 기차 태워 영국으로 탈출… 윈턴경, 체코 최고 훈장 받아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유대인 어린이 669명을 나치의 학살 위협으로부터 구해 ‘영국판 신들러’로 불리는 남성이 체코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았다.

올해 105세의 영국인 니컬러스 윈턴 경은 28일 체코 프라하성에서 열린 훈장 수여식에서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으로부터 정부 최고훈장인 ‘백사자 국가훈장’을 받았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1938년 런던에서 29세의 주식중개인으로 일하던 윈턴 경은 체코슬로바키아 동부의 한 유대인 난민캠프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이들의 비참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독일계 유대인인 그는 자비를 털어 어린이 구호작전을 긴급히 추진했다. 그는 유대인 어린이 호송을 위해 영국에서 입양 가정을 모집했고 1939년 3∼8월 8차례에 걸쳐 어린이 669명을 프라하에서 런던까지 기차로 수송했다.

그로부터 70년이 흐른 2009년 9월 4일 런던의 리버풀 스트리트역으로 1930년대 모델을 그대로 본뜬 증기기관차 한 대가 들어왔다. 당시 윈턴 경 덕분에 목숨을 건졌던 사람과 후손들이 기차에서 내려 그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포옹을 했다. 체코 프라하역에는 윈턴 경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졌다.

윈턴 경의 선행이 알려진 것은 1988년 아내 그레테 씨가 집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서류가방 때문이었다. 가방에는 남편이 구한 유대인 어린이들의 명단과 이들이 쓴 편지들이 보관돼 있었다. 윈턴 경은 이 일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아내의 설득으로 그해 BBC방송에 당시 구했던 ‘어린이들’과 함께 출연해 그때 일을 회고했다. 그는 2003년 3월 영국 여왕으로부터 ‘경’ 작위를 받았다.

체코 정부는 이날 훈장 수여식을 위해 거동이 불편한 윈턴 경에게 전용기를 제공했으며 80대에 접어든 당시 어린이들도 참석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영국판 신들러#니컬러스 윈턴 경#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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