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김일성賞’ 받은 노길남의 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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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렬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재미교포 노길남 씨(70)를 만나 설전을 벌였다. 노 씨는 1999년부터 친북 웹사이트인 ‘민족통신’을 운영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국 총영사관 앞에서 일부 교민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에도 앞장섰다. 유 원장이 “탈북자를 포함한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에는 왜 눈을 감느냐”고 다그치자 노 씨는 “북한에는 아무런 인권 문제가 없다”며 북한 체제를 뻔뻔스럽게 두둔했다.

▷박 대통령의 유엔 총회 참석 기간에 미국 내 친북단체와 교민이 벌인 시위는 반한(反韓)집회의 수준을 넘어선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명분으로 대통령의 동선을 쫓아다니며 ‘스토킹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성적(性的) 막말에다 ‘죽은 아이 살려내고 너도 당장 죽어라’라는 폭언 팻말까지 들고 나왔다. 시위 모습을 전한 본보 뉴욕특파원 기사에는 “대통령만 모독한 게 아니고 국민과 대한민국을 모독했다”는 독자들의 분노 댓글이 여럿 달렸다.

▷막말 시위 일정을 예고하고 시위 상황을 전파한 노 씨의 행적을 보면 남한 출신이지만 북한을 조국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미국 시민권자인 그는 2008년 김일성대에서 ‘북부조국(조선)이 이룩한 일심단결과 민족대단결 해법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올 4월에는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북한 체제 찬양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김일성상’을 수상했다. 노 씨의 행적을 잘 아는 유 원장은 그를 ‘문화공작원’이라고 규정했다.

▷노 씨가 노골적으로 북한을 찬양하고 남한을 공격해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허술하기만 하다. 요즘은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에 설치된 세월호 분향소 출입이 목적이라며 자유롭게 드나드는데 도둑에게 문을 열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2004년 11월 민족통신을 친북 사이트로 규정해 접속을 차단했다. 그런데도 노 씨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 때도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었다. 노 씨처럼 북한을 편드는 사람에게 무작정 관용을 베풀 수는 없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노길남#민족통신#북한#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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