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앙이 놀란 ‘생수 같은 그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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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LPGA 시즌 마지막 메이저 우승… 차세대 스타로 우뚝
마지막 홀 버디로 캐리 웹에 역전
2년전 여고생때도 깜짝 공동 4위

2년 전 여고생이었던 김효주(19·롯데)는 그해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아마추어 골퍼였던 그가 나흘 연속 60대 타수를 치는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2년 후 어엿한 프로 선수로 다시 이곳을 찾은 김효주는 지난해부터 에비앙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으로 메이저대회로 승격된 이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세계적인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김효주는 14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리조트 골프클럽(파71·6453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48만7500달러(약 5억 원).

하루 전 LPGA 공식 홈페이지는 김효주에 대해 “‘강철 신경(nerves of steel)’을 갖고 있다”고 묘사했다. 핀 포지션이 어려운 데다 바람까지 불어 3라운드에서 많은 선수들이 고전하는 와중에도 김효주는 꿋꿋이 스코어를 지켰기 때문이다.

김효주의 강철 신경은 최종 라운드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김효주는 이날 여자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 캐리 웹(40·호주)과 챔피언 조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이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웹은 7차례나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 선수다. 한때 메이저대회였으나 지금은 없어진 듀모리에 클래식까지 우승한 그는 전 세계 골퍼 중 유일하게 5개의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갖고 있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슈퍼 커리어 그랜드슬래머’라는 영광 어린 수식어가 붙는다.

그런 웹을 상대로 김효주는 역사에 남을 극적인 대역전승을 거뒀다. 줄곧 선두를 유지하던 김효주는 15번홀에서 웹에게 선두 자리를 빼앗겼다. 김효주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웹이 후반에만 4타를 줄이며 역전을 한 것.

마지막 18번홀(파4)에 들어설 때까지도 김효주는 10언더파로 웹에게 한 타를 뒤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운명의 18번홀에서 김효주는 하이브리드로 친 세컨드샷을 핀 3m에 붙인 후 극적인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기어이 동타를 만들었다. 반면 흔들린 웹은 그린 주변에서 헤매며 보기를 범하고 말았다. 김효주의 패기가 웹의 관록을 누른 것이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역대 LPGA투어 메이저대회 최소타인 61타라는 기록을 세운 김효주는 19세의 나이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차세대 스타 탄생을 전 세계에 알렸다.

장하나(22·비씨카드)와 허미정(25)이 9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최나연(27·SK텔레콤)은 8언더파 276타로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김효주#LPGA 에비앙 마스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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