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별다방은 왜 가장 싸고 맛있는 메뉴를 숨겼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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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잠복근무 경제학자’ 팀 하포드가 찾아낸 스타벅스의 비밀
“일상생활에서 눈을 크게 뜨면, 흥미로운 이치 깨달을 수 있어”

‘경제학 콘서트’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의 저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팀 하포드. 하포드는 카페의 줄서기, 출퇴근길의 교통체증 등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일도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면 경제학과 경영학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팀 하포드 제공
‘경제학 콘서트’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의 저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팀 하포드. 하포드는 카페의 줄서기, 출퇴근길의 교통체증 등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가는 일도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면 경제학과 경영학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팀 하포드 제공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카푸치노 음료를 가장 맛있게 주문하는 비법이 있다. 바리스타에게 ‘카푸치노 숏 사이즈’를 달라고 하면 된다. ‘톨’ 사이즈부터 시작하는 매장 메뉴판에는 없는 사이즈다. 하지만 바리스타는 별다른 불평 없이 이 음료를 만들어준다. 전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다.

이는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팀 하포드가 알려준 방법이다. 카푸치노는 커피 원액(에스프레소 샷)에 뜨거운 우유를 붓고 우유 거품을 올려 내는 음료다. 이 음료는 매장 메뉴판에 기본 주문 단위로 표시된 톨 사이즈보다 3분의 1가량 작은 숏 사이즈일 때 커피와 우유와 거품의 비율이 최적화된다. 음료의 양이 적으니 값도 가장 싸다. 하지만 메뉴판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아는 사람만 이렇게 주문할 수 있다.

하포드는 이를 스타벅스의 영리한 가격 차별화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숏 사이즈를 만들 때 들어가는 종업원의 노동력과 손님이 매장 안에 머무는 시간은 톨 사이즈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래서 스타벅스 회사 입장에서는 숏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톨 사이즈가 많이 팔리는 게 이익이 많이 남는다. 카푸치노 맛에 민감한 소수의 애호가는 메뉴판에 없는 숏 사이즈도 알아서들 주문하지만, 커피맛에 둔감하고 스타벅스의 브랜드 파워에 이끌려 매장을 찾는 일반 소비자들은 숏 사이즈의 존재는 모른 채 톨 사이즈를 주문하게 된다. 따라서 회사의 이윤은 극대화된다.

하포드는 이렇게 일상에서 늘 보는 일들을 경영학과 경제학의 눈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일에 능하다.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 칼럼을 쓰던 그는 2005년 펴낸 책 ‘Undercover Economist’(한국명 ‘경제학 콘서트’)가 세계적으로 히트하며 스타 경제학자 반열에 올랐다. 최근 속편 격인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을 펴내기도 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최신호(159호)에 실린 하포드와의 인터뷰 일부를 소개한다.

―스타벅스 카푸치노의 비밀은 어떻게 알게 됐나.

“순전히 우연이었다. 당시 나는 기업의 가격정책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사례를 들까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갔는데 톨 사이즈만 있다기에 직원에게 숏 사이즈면 충분할 것 같다고 농담 삼아 말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문제없어요”라며 숏 사이즈 커피를 만들어줬다. 처음엔 나한테 특별히 메뉴에 없는 서비스를 해주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숏 사이즈 컵도 미리 준비돼 있었고 계산할 때도 금전등록기에 버튼 하나 눌러서 간단히 처리하더라. 메뉴판엔 나와 있지 않지만 원래 파는 물건이었다. 또 숏 카푸치노를 먹는 사람이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게 분명했다.”

―왜 스스로를 ‘잠복근무 경제학자(undercover economist)’라 불렀나.

“스타벅스 사례처럼 일상생활에서 길을 걸으면서 눈을 크게 뜨고 궁금한 점이 보이면 질문을 던지는 게 내 삶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카페나 가게에서 줄을 설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고, 또 교통체증이 어떤 패턴으로 일어나는지 궁금증을 가진다. 그렇게 하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원리들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경제학자뿐 아니라 기업 경영자, 또 세상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서 당신은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경영’을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 금융위기 이후 서구식 주주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나.

“가족 소유와 가족 경영은 분명히 다르다. 독일의 경우 영국이나 미국과는 달리 가족이 소유한 기업이 많다. 독일 기업들이 아시아 기업들과 다른 점은 창업자 가문이 주요 지분을 소유하지만 일상적인 경영활동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족 소유는 전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능력이 부족한데도 아버지가 창업자라는 이유만으로 경영권을 물려받는 사람들이다.”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스타벅스#별다방#커피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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