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철수 김한길 퇴진만으론 ‘도로 민주당’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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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7·30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김 대표는 “이겨야 하는 선거에서 졌다”는 말을 남겼고, 안 대표는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패배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올해 3월 옛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의 통합으로 이뤄진 김-안 체제가 4개월 만에 막을 내림으로써 당의 간판으로 삼은 ‘새 정치’라는 이름도 빛이 바랬다. 대권을 꿈꾸었던 손학규 상임고문은 이번 선거에 지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새 지도부가 나올 때까지 새정치연합은 상당한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 뻔하다. 새 지도부는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 계파 간 당권 투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친노무현계 쪽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도 성향 지도부에 대한 반작용으로 실제 친노와 486 중심의 강경파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교체된다고 떠난 민심이 저절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새정치연합은 노무현 정권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서 패배했다. 2012년 대통령선거 직후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은 “연이은 패배가 운동권 체질의 자기도취와 망상, 패권적 조직문화, 오만과 단견, 국민보다는 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도덕적 해이의 결과”라고 진단했지만 이후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이번 재·보선 참패는 공천 실패가 큰 요인이었다. 김한길 안철수 대표가 무리하게 전략 공천과 보은 공천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당의 결속력을 떨어뜨리고 국민에겐 거부감을 주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세월호 정국에서 보여준 강경 일변도의 정치 행태가 국민을 짜증나게 한 것이다. 주변의 열성적인 지지자들만 보느라 다수 국민의 민심 변화를 읽지 못했다. 틀에 박힌 ‘정권 심판론’만 외치는 야당을 유권자들이 심판했다.

그런데도 당내 일각에서 “휴가철이라 투표율이 낮았다” “새누리당의 네거티브 전략에 말려들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너무 늦어 효과가 반감됐다”는 패인을 꼽고 있으니 답답하다. “명확한 진보 노선을 설정해야 한다”고 엉뚱한 처방을 내린 중진도 있다.

조만간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와 새로 등장할 지도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재·보선 참패의 원인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투쟁 일변도의 적대적 정치가 아니라 상생과 공존의 정치를 추구하는 합리적인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당의 체질을 뜯어고쳐야 한다. 세계의 경제 흐름을 제대로 읽고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는 자세도 필요하다. 공천 제도를 비롯해 당의 운영방식도 정당민주주의에 걸맞게 혁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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