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충무공께 혼날까봐 광화문 동상 피해 다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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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이틀만에 100만 관객 돌파… ‘명량’의 이순신역 최민식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명량대첩 외에도 한산대첩과 노량대첩을 배경으로 한 ‘이순신 3부작’을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민식의 이순신은 ‘명량’에서 끝난다. 그는 “장군님도 내가 계속하는 것보단 다른 뛰어난 배우를 통해 돌아오는 걸 원하실 것”이라고 했다. CJ E&M 제공
‘명량’의 김한민 감독은 명량대첩 외에도 한산대첩과 노량대첩을 배경으로 한 ‘이순신 3부작’을 제작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민식의 이순신은 ‘명량’에서 끝난다. 그는 “장군님도 내가 계속하는 것보단 다른 뛰어난 배우를 통해 돌아오는 걸 원하실 것”이라고 했다. CJ E&M 제공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 평일 최고 관객 수 기록도 세웠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명량’은 시작이 화려했다. 벌써부터 ‘이순신이 영화에서도 이겼다’는 얘기가 나온다.

배우 최민식(52)은 이 영화의 주인공 이순신 역을 맡았다. 온라인에는 새삼스럽게도 그의 연기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 그러나 연기생활만 25년, 충무로 최고 연기파 배우에게도 ‘명량’은 “부담이 남달랐던 영화”였다. 그는 “허구보다 더 허구 같은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힘겨웠다”고 토로했다. 촬영하면서 상상 속, 등 돌려 앉은 장군님께 자주 애원했다.

“나와 똑같은 인간인데 이렇게 완벽할 수 있나…. 상황마다 대체 어떤 심정, 어떤 눈빛으로 이야기를 했을지 미친 듯이 궁금한 거예요. ‘장군님, 뒤 좀 돌아보시고 딱 10분만 얘기해주세요.’ 그런데 결코 등 돌리지 않으시더군요.”

영화는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 참전해 승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최민식이 “강박증에 시달리면서” 그린 이순신은 완벽하지만 동시에 불안한 인간이다. 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회오리 바다 같은 심경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은 왕의 신임을 받지 못했고 휘하 부하들도 참전에 반대했어요. 국운이 달린 전쟁 앞에서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유일하게 아들과 대화할 때만 속내를 조금 보여주죠. 거기에 좌절, 분노, 억울함, 죽은 부하장수에 대한 죄책감…, 이기겠다는 의지도 있고 슬픔도 있었을 거예요. 그 오만가지 잡념을 매번 다 보여야 했어요. 작은 흐트러짐 하나 놓치면 안됐어요. 그쵸? 이건 다 보여줘야 하는 거예요.”

촬영을 준비하면서 이순신 평전과 학술서, ‘난중일기’를 읽었다. 그러나 소설은 읽지 않았다. 오롯이 자신이 해석한 이순신을 보여주고 싶은 바람 때문이었다. “김훈 선생의 ‘칼의 노래’도 일부러 안 봤어요. 그건 제 자존심이 걸린 거니까. 이제 영화가 나왔으니 조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소설도 읽어 보려고요.”

“(이순신 장군께) 혼날까봐 광화문 동상 앞은 피해 다니고 있다”고 농담하면서도 영화의 메시지와 완성도에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요즘 영화답지 않게 정공법을 택했죠. 흥행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도 이런 영화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명량’ 외에도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뤼크 베송 감독의 ‘루시’가 다음 달 개봉할 예정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루시(스칼릿 조핸슨)를 납치하는 지하세계 운반책 미스터 장으로 나온다. 비중 있는 조연이다. ‘루시’는 북미 개봉 첫 주 1위를 기록하며 4402만 달러(약 452억 원)의 수익을 냈다. 명량해전에 참전했던 이순신과 같은 나이인 쉰 둘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최민식은 “예전보다 욕심이 생겼다”고 했다.

“이 나이에, 변해야겠다는 강박은 없어요. 그렇지만 뭔가 절실히 원해서 하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그렇게 해야 대중과 오래 만날 수 있겠죠. 그게 정답 같아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명량#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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