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유세때처럼 자전거 타고 당선인사… “예산 꼭 따오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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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이후/이정현-나경원 당선후 첫날]새벽부터 주민들 찾아나선 이정현

“민심에 항상 귀 기울이겠습니다” 전남 순천-곡성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오른쪽)이 31일 순천시 덕암동 역전시장에서 이순덕 상인회장에게 당선 인사를 하다가 선거 운동 당시 마이크 대신 사용한 확성기를 선물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순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민심에 항상 귀 기울이겠습니다” 전남 순천-곡성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오른쪽)이 31일 순천시 덕암동 역전시장에서 이순덕 상인회장에게 당선 인사를 하다가 선거 운동 당시 마이크 대신 사용한 확성기를 선물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순천=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7·30 재·보궐선거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된 이정현 국회의원 당선자(56·새누리당)는 31일 새벽부터 선거운동하듯 지역을 순회했다. “머슴을 넘어 노예까지 되겠다”는 당선 소감대로였다.

○ ‘초록색 확성기’에 담긴 감사 인사

31일 오전 9시 전남 순천시 덕암동 역전시장 상가. 이 의원이 자전거를 타고 밝은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상가를 돌며 인사를 하던 중 이순덕 상인회장(63·여)을 만나자 초록색 확성기를 건넸다. 확성기는 선거운동 기간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 표를 호소할 당시 마이크 대신 사용했던 것.

이 의원은 “선거운동 때 사용한 이 확성기에 좋은 기(氣)가 많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역전시장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상인들에게 빌려 주겠다”며 “이 확성기는 언제든 주민들의 마음을 사실대로 전해 달라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확성기를 받으면서 “앞으로 장사가 잘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 의원은 7·30 재·보궐선거 기간에 상인들에게 “정당을 보고 찍지 말고 사람을 보고 선택하자”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사실 이 의원을 크게 도와준 것은 없다. 다만 믿을 만한 사람인 것 같았고 주변 상인들도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은 순천-곡성 국회의원으로 첫날을 맞아 그동안 선거운동을 하던 코스를 도는 것처럼 움직였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뽑아 달라’고 호소했던 그 길에서 이날은 ‘감사인사’를 전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이 의원은 앞서 오전 3시 40분 순천시내 액화석유가스(LPG) 주유소에서 택시기사들을 만났다. 밤새 운전을 하는 기사들의 애로사항과 민원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사랑방 간담회를 수시로 열어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기도회와 대중목욕탕을 들러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대화를 나눈 뒤 자전거를 타고 순천시내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 “국회 자기 개혁해야”

이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반 순천시 왕지동의 새누리당 전남도당 사무실을 방문했다. 전날 가슴을 졸이며 당락을 지켜보던 곳이었다. 이 의원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원봉사 활동을 한 지지자들과 해단식을 했다. 그는 “순천-곡성 유권자들이 지역 구도를 타파한 것을 계기로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받고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새누리당이 부산, 대구경북에서 예산 반영 당정협의회를 갖듯 순천·여수·광양 등 전남 동부에서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회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사회가 개혁하고 있지만 국회만 자기개혁을 하지 않고 있다. 국회에서 공직자 인사청문회를 열지만 국회의원들 중 정작 반대 입장에서 청문회를 통과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지역에 예산을 많이 가져오겠다는 ‘예산 폭탄’ 공약에 대해서는 이렇게 설명했다.

“새누리당 일부에서 호남 포기 전략으로 이익을 취하려는 경우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광주지역 한 국회의원이 ‘예산 폭탄’ 공약에 이의를 제기하며 발목을 잡은 적도 있다. 이제 ‘색깔론’을 고쳐야 한다. 예산 폭탄 공약은 소외된 전남에 공평한 예산을 내려 달라는 의미다.”

이 의원은 기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당선 축하전화를 받았느냐”고 묻자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왕의 남자’ 아닌가. 이 의원의 한 측근은 “박 대통령이 축하전화를 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 비주류 인생으로 얻은 소신

이 의원은 오후 2시 반에는 곡성군 곡성읍 선거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1995년부터 광주에서 세 번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광주 서을 후보로 출마해 고작 720표(득표율 1.03%)를 얻었다.

이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호남 출신으로 ‘비주류’였다. 하지만 이번에 호남 유권자의 선택으로 제 목소리를 내게 된 만큼 정보와 인맥을 활용해 호남 예산을 반드시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비주류의 삶을 살았던 만큼 부정과 부패, 부당한 압력은 외면할 것이다. 다만 힘이 없어 주저앉거나 억울한 문제가 있다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소신도 내비쳤다. 이 의원은 3일까지 지역 현안을 챙기고 4일부터 서울에서 중앙정치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순천·곡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재·보궐선거#이정현#이정현 당선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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